법적공방·정치 개입에 부담 증가
정치권, 양사 상생안 도출 압박
방추위서 사업자 선정 가능성도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최종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두고 방위사업청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서 공을 국방부로 넘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법적 공방, 정치권 개입 등으로 수년째 결정을 내리지 못한 방사청이 결국 국방부로 해당 안건을 바로 넘길 것이란 관측이다.
KDDX 사업이 폭탄 돌리기 꼴이 되면서 최근 임명된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이용철 신임 방사청장 모두 부담이 커진 모양새다. 현 상황이면 올해도 넘길 가능성이 높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지난 14일 오후 2시 KDDX 사업자 선정 방식을 결정하는 사업기회관리분과위원회를 개최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기본설계 업체가 상세설계를 맡는다는 수의계약에 대해 민간위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치권에서 요구하는 상생안 마련에도 난항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분과위 내부에서는 수의계약에 긍정적인 입장과 회의적인 입장이 공존하고 있다. 수의계약이 통과될 경우 KDDX 기본설계 업체인 HD현대중공업이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도 가져가게 된다.
반면 수의계약이 무산되고 경쟁입찰에 돌입하면 KDDX를 건조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경쟁 입찰을 하게 된다.
정치권에서는 일부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상생안을 도출해 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어, 방사청의 압박도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문제는 상생안을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담합을 조장한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내부에선 상생안을 마련하게 되면 이후 담합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방산 관계자는 "정치권의 압박에 따라 공동설계에 대한 상생안을 마련해 추진하게 되면 담합 의혹으로 추후 방사청장이나 국방부 장관 등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옷을 벗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방사청이 분과위에서 결론을 내지 않고 바로 방위사업추진위원회(방추위)로 사업자 선정 방식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방추위로 공이 넘어가면 안 장관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방추위는 국방부 장관이 주도하는 회의다. 안 장관은 국회의원 시절 KDDX를 비롯해 방산 수주가 기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해온 바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분과위 당시에도 이 같은 의견이 제시됐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당시와 상황이 다른 안 장관 역시 쉽게 결정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별다른 소득 없이 사업은 해를 넘길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가운데 최근 방사청장도 새 인사가 임명되며 업계의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새로 임명된 이용철 방사청장은 2006년 방사청 개청 당시 초대 차장을 역임했던 인물로 이후 법무부 장관이 임명해 공증 업무만 취급하는 임명공증인 변호사로 활동해 왔다.
새 얼굴이 아닌 과거 인사를 불러왔다는 것에 대해 업계에선 이재명 정부가 K-방산의 확장을 위해 조직의 안정을 우선시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해군 적기 전력화를 위해 KDDX 사업은 조속히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라며 "방사청장이 밀어붙이면 충분히 시행될 수 있는 만큼 빠른 결단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방사청은 방추위 전 분과위를 한 번 더 열어 사업자 선정에 대해 재논의한다는 방침이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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