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내놓은 10·15 대책이 오히려 시장 가격을 왜곡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절벽에서 나온 극소수의 거래 가격이 대표 시세로 둔갑하는 왜곡이 번지게 됐기 때문이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이후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수요 인기 지역에서 신고가를 찍는 소수 거래가 계속 나오고 있다.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규제 전 한 달(9월 16일~10월 15일)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939건이었는데, 규제 후(10월 16일~11월 15일) 2897건으로 73.5% 급감했다.
대출과 갭투자(전세 낀 매매)를 통한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면서 거래량은 급감했지만, 수요 인기 지역의 신고가 행진은 이어지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월드컵파크7단지'의 전용 84.45㎡는 지난달 28일 12억9500만원에 거래가 성사되며 직전 거래(5월, 12억2000만원)보다 7500만원 오른 가격에 최고가를 새로 썼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 134㎡는 지난 5일 35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4월, 28억9000만원) 대비 약 7억원 오른 가격에 최고가를 갈아치웠으며, 강동구 상일동 '고덕롯데캐슬베네루체' 전용 84.92㎡도 이달 6일 18억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10월 19일, 17억4000만원) 대비 6000만원 오른 가격에 신고가를 달성했다.
기존 토허구역이었던 강남 3구에서도 최고가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강남구 도곡동 '우성리빙텔'의 전용 120.21㎡은 이달 10일 20억원에 거래되며 최고가를 기록했다. 서초구 서초동 '래미안서초스위트' 전용 95.81㎡는 이달 7일 32억1000만원에 거래되며 직전 거래 대비 1억4000만원 오른 가격에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특히 이번 대책에서 새롭게 토허구역으로 지정된 마포구와 성동구 등은 거래량이 6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지만 거래된 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이다.
규제 전후 한 달간 마포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653건에서 114건으로 82.5% 줄었고, 성동구(654건→78건) 88.1%, 강동구(889건→152건) 82.9%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이후 시장에 매물이 부족한 상황에서 1~2건의 거래로 시세가 형성되면서 '시장 왜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진단을 내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규제가 없었더라면 시장에 매물이 충분히 나와 시장 균형 가격이 형성된다"며 "지금은 대출 없이 매매할 수 있는 사람만 진입할 수 있게 되면서 최고가 또는 급매로 인한 최저가 등 특수한 일부 거래 사례에 맞춰 시세가 형성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부 부동산연구원은 "시장에 매물이 없으면 매물 간 가격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이에 따라 매도자 우위 시장이 형성된다"며 "급매 같은 경우는 토허구역 발효 전에 이미 다 거래가 됐다고 보는 게 맞고, 지금은 거래를 꼭 해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어쩔 수 없이 체결한 거래가 신고가로 찍히고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남 연구원은 "규제 이후 매도 호가가 일부 조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기존 실거래가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집값이 오르리란 기대가 낮아져야 매도자들도 가격을 내리는데, 금리 인하 가능성과 공급부족이 기대 가격을 유지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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