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대산 설비 통합을 위해 50대 50 합작사를 세우는 첫 재편안을 마련했다. 정부가 연말을 석유화학 자율 구조조정의 타임라인으로 못박은 상황에서 이번 합의가 업계 전반의 대대적 재편을 촉발한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울산에서는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이 원료 조달 전략을 중심으로 재편안을 조율하고 있어 12월 윤곽이 잡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여수 또한 LG화학과 GS칼텍스 구도가 이미 정해져 있어 연말 시한에 맞춰 재편안에 속도를 내야 하는 단계다.
16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대산 나프타분해시설(NCC) 설비를 현물로 출자하고, HD현대오일뱅크는 현금을 투입해 새로운 합작사 형태로 통합하는 내용의 사업 재편안을 내주 열리는 각사 이사회에서 승인할 예정이다.
합작사 지분은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50대 50으로 맞추는 방안이 유력하다. 당초 책임 경영을 위해 60대 40으로 나누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HD현대오일뱅크가 추가 현금 출자에 부담을 나타내면서 현실적인 조율안이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재편안은 지난 8월 20일 10개 석유화학사가 자율협약을 체결한 이후 3달 만에 나온 첫 구조조정안이다.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그룹과 롯데그룹 오너 경영진 간 교감이 이뤄지면서 이 같은 사업 재편이 급물살을 탔다.
실제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은 2014년 지분 60대 40의 현대케미칼을 공동 설립한 이후 꾸준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장기적 파트너십과 상호 신뢰가 이번 대산 재편안에서도 양사 오너 경영진의 빠른 결단을 가능하게 한 요인이라는 것이다.
대산 석유화학단지가 당초 '현대석유화학'에서 시작한 것도 HD현대 측의 적극적 행보를 설명하는 요인 중 하나로 언급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이자 폭등으로 흑자에도 부도를 맞은 현대석유화학이 정리되면서, 이 자산을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이 각각 분할 인수해 현재의 구조가 형성됐다.
한 석유화학 관계자는 "대산 NCC는 원래 현대그룹의 뿌리였기에 현대 내에서도 대산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다"며 "통상 노동조합 반발이나 고용 불안 등 진통이 뒤따르지만 사실상 정유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통합되면서 근로조건 개선의 기대감도 있다"고 말했다.
새 합작사 설립은 이사회 승인과 업무협약 체결 이후 설비 이전, 인허가, 공정거래위원회 심사 등 절차를 감안하면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정부가 정한 연말 제출 기한에 맞추기 위해 대산은 큰 틀의 합의를 먼저 도출한 뒤 세부 실행 계획을 향후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울산 석화단지 역시 재편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에쓰오일 등 3사는 이미 외부 컨설팅 기관을 선정해 재편 시나리오를 진행 중이다. 12월 중에 큰 틀에서 사업계획안이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은 세 단지 가운데 가장 먼저 논의가 시작된 산단으로 경쟁력 있는 원료 조달 체계를 어떻게 구축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SK지오센트릭과 대한유화는 에쓰오일을 활용해 안정적으로 원료를 확보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집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수 산단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에 여수 NCC를 매각하고 합작사를 세워 통합 운영하자는 방안을 제안했다. 양사가 과거 LG칼텍스에서 출발한 한 뿌리인 만큼 통합 파트너는 사실상 이미 정해진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산과 울산, 여수 모두 연말 제출 시한이 정해져 있는 만큼 각 회사가 우선 큰 틀의 방향성부터 집중해서 마련하려는 분위기"라며 "사업재편 계획이 제출돼야만 금융지원 절차가 뒤따르기 때문에 연말까지 서두르고 있다"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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