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성장, 디지털 카르텔 유사 사례 가능성 커져
주병기 위원장 “AI·알고리즘 담합, 심층 연구·분석”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달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공지능(AI)이나 알고리즘 담합 등을 전담하는 디지털 시장 분석팀을 구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알고리즘 카르텔(담합) 등 신유형 카르텔이 생겨나고, 기업들의 담합 방식도 더욱 은밀해지고 있다.
주 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2025 국제경쟁네트워크(ICN) 카르텔 워크숍’에서 “최근 디지털 경제에 따른 알고리즘 담합, 친환경을 내세운 담합 등에 심층적인 연구·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고리즘 카르텔’이란 AI 알고리즘에 기반해 정보교환, 가격 조정과 모니터링 등을 통한 기업의 담합 행위를 말한다. 대형 플랫폼 업체 등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AI 알고리즘을 통해 가격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가격을 짬짜미하는 담합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국감에서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미 쿠팡이나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은 AI가 가격 조정을 스스로 하면서 카르텔을 보이고 있다”며 “그러나 담합 행위의 주요 기준은 ‘합의’로 현재로는 담합 행위로 판정하지 못하는 명백히 규제 공백 상태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꼭 합의가 아니라도 경쟁제한적 효과를 중심으로 기준을 AI 시대에 맞춰 정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위원장은 “이미 기존 부서에서 AI와 데이터와 관련해 시장에서 어떻게 대처할지 연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LG경제연구원은 보고서 ‘알고리즘으로 움직이는 경제, 디지털 카르텔 가능성 커진다’를 통해 담합을 공모한 기업이 동일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가격을 서로 유사한 수준으로 자동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알고리즘은 담합 과정에서 정보교환, 가격 조정, 가격 모니터링 등의 과정을 사람의 직접적 개입 없이 수행해 담합의 발생 위험과 지속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경제 발달이 역설적으로 알고리즘을 이용한 담합에 용이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예컨대, 제품의 가격 비교 웹사이트는 소비자들에게 최적의 소비시기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지만 기업들이 경쟁사의 담합 여부를 확인하는 용도로도 이용될 수 있다.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디지털 카르텔 관련 기업의 법인격과 같은 법적 지위를 알고리즘에 부여해 권리와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사례로, 지난 2016년 미국 뉴욕연방지방법원은 차량 공유 업체 우버의 가격 알고리즘이 묵시적 담합을 조장했다는 혐의를 두고 우버에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우리나라에도 이 같은 전자상거래가 일반화되면서 유사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투명성이 높고, 거래비용이 낮은 시장 상황은 역설적으로 알고리즘을 이용한 담합에 용이한 환경이 되고 있다”며 “규제당국과 소비자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기업과 대등한 정보 수집, 분석 능력을 보유해 대응하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세종=원승일 기자(won@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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