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4일 본지를 통해 필자의 동료 책임PM이 소개한 것처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본질을 이해하고 마련한 미션 중심 연구개발(R&D)(한계도전R&D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이제 2년여 지나는 시점이다.
'불가능해 보이지만 파급력이 큰 도전적 과제'를 설정하고 프로그램 매니저(PM)에게 전권을 줘 추진하는 것은 DARPA의 가장 중요한 성공 공식 중 하나이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 테두리에서는 이러한 실행구조의 마련이 어려웠지만, 별도의 운영규정과 실행 매뉴얼을 만드는 노력을 통해 타 사업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운 많은 권한과 책임을 갖는 PM 역할이 가능하였다.
PM의 특정 분야 전문성과 권한 범위에 대한 논란은 연구 주제의 기획과 과제의 선정·평가 과정 중 자주 나오는 이슈였다. 연구를 수행하지 않지만, 프로젝트의 결과를 책임지는 PM과 성실한 연구 수행을 책임지는 PI(Principal Investigator·연구책임자)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된 적 없었던 우리 R&D 현실에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국가·사회에 답을 주는 '미션 중심 R&D'를 위해서는 특정 연구 분야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엔지니어링 기반의 통합적 접근이 요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가 간 R&D 경쟁을 올림픽 경기에 비유해서 설명한다면, 올림픽에서 국위를 선양하려면 개인 경기뿐만 아니라 단체 경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 축구 감독(PM)과 축구 선수(PI)의 역할은 구분되어야 하고, 또 그래야 올림픽 축구 경기(미션 중심 R&D)에서도 이길 수 있다.
예상치 못한 극단적 폭우에 의한 재난 문제 해결을 위해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컴퓨터 과학, 수학, 기후 과학 전문가들이 PM의 기획 의도에 따라 협력 연구를 수행하여 정확한 위험 정보를 조기에 제공하는 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PM의 마일스톤에 기반한 촘촘한 관리를 통해 초단기에 기초탐색 연구(TRL 2)를 차세대 자성메모리 소자실증(TRL 4) 차원의 성과로 견인할 수 있었고, PM의 산학연 네트워킹을 활용하여 지역 대학교연구실 단계의 기술이 1년여 만에 산업계 기술 투자로도 연결될 수 있었다.
'미션 중심 R&D'를 위한 PM 업무 수행 중, 정부 기관에 속하지 않는 민간 기술지원인 '시스템엔지니어링기술지원(SETA) 기능의 부재 문제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으면서 고위험 R&D를 기획하게 되는 PM들에게 업무 연속성과 편향되지 않는 기술 전문성을 제공할 수 있는 SETA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지금까지 얻어진 DARPA의 혁신적 성과들도 부즈 앨런(Booz Allen)을 비롯한 다수의 민간 기업이 SETA 기능을 담당하는 미국의 R&D 생태계 때문에 가능했다고 알려진다. 한계도전R&D프로젝트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SETA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 민간 기업을 찾아서 활용하는 등 국내 R&D 생태계 변화를 위해서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별도의 운영규정과 실행 매뉴얼을 통해 사업 내에서의 과제 운영 유연성은 확보되었지만, '한계도전R&D프로젝트'는 사업관리 및 평가를 비롯한 상위 법률, 예산 사용 규정 등에선 여전히 많은 제약이 있다.
이것들은 '미션 중심 R&D'를 수행하는 PM과 PI들이 종전 사업과는 완연히 다른 철학을 갖는 연구에 집중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냉전 시대 우주 경쟁의 긴박함 속에서 1958년 2월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지시로 우선 조직을 만들어 수행하고, 의회의 특별 입법을 통해 같은 해 8월 법적 기반과 연속성을 인정받은 것이 오늘날 DARPA의 시작이었다. DARPA 연구를 수행하는 미국 연구자들이 국가와 국민이 직접 허락한 도전적 연구를 수행한다는 자긍심을 갖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이제는 연구자가 무한한 자긍심 속에 도전을 계속하며 그 과정에 대한 기록을 남김으로써, 국가적으로 연구력이 축적되는 R&D 시스템을 우리도 완성할 때이다. 그래야 소중한 국가 자원과 국민 세금이 헛되지 않게 사용되면서 '미션 중심 R&D' 수행 결과가 국가·사회에 답을 주는 성과로도 연결될 수 있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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