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웰푸드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빼빼로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웰푸드 제공]
롯데웰푸드가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빼빼로데이' 행사를 진행했다. [롯데웰푸드 제공]

작은 유행으로 시작된 문화가 어느새 30년이 됐다. 처음엔 학생들끼리 과자를 주고받던 가벼운 이벤트였는데, 지금은 전 국민이 아는 기념일이다. 이제 '빼빼로데이'는 해외에서도 하나의 K-콘텐츠 시즌으로 취급된다. 과자가 만들어낸 독특한 문화다.

빼빼로데이의 시작은 1990년대초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였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는 "11월 11일에 빼빼로처럼 날씬해지자"는 말을 주고받으며 과자를 선물하는 작은 놀이가 유행했다. 단순한 장난이었지만 입소문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자연스러운 '데이 문화'가 형성됐다.

이를 눈 여겨 본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는 1996년 '빼빼로데이'를 공식 지정해 마케팅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놀이문화였던 빼빼로데이는 점차 과자를 나누는 날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고마움을 전하는 날'로 의미가 확장됐다.

빼빼로데이 열기는 2010년대 중반 이후 '기업의 상술'이라는 비판을 받으면서 한풀 꺾이기도 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SNS를 중심으로 인기가 다시 치솟으며, 11월을 상징하는 대표 '데이 문화'로 부활했다.

빼빼로데이가 30년 넘게 지속될 수 있는 것은 주고받기 부담스럽지 않은 '가벼움' 때문이다. 2000원 미만의 가격으로, 큰 부담 없이도 고마움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년 찾게 되는 선물이 됐다.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는 '연인끼리 챙기는 날'이라는 성격이 강한 편이나, 빼빼로데이는 친구·동료·지인·가족 등 일상의 모든 관계를 포괄한다.

일본 제과기업 글리코 역시 이런 흐름을 참고해 1999년 '포키 데이'를 만들었다. 한국의 빼빼로데이가 보여준 '데이 마케팅' 성공을 일본 회사가 모방한 것이다.

올해도 세계 곳곳에서는 11월 11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롯데웰푸드는 해외에서 빼빼로데이를 'K-Sweet Holiday'라는 이름으로 브랜딩하며 한국식 선물 문화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글리코의 포키 데이와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빼빼로데이는 더이상 한국만의 기념일이 아니다. 글로벌 제과기업들이 11월 11일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은 마치 조용한 국제전을 연상케 한다. 과자 하나에서 출발한 유행이 글로벌 문화로 자리 잡는 과정은 지금의 K-푸드 흐름과도 닮았다. 작은 장난에서 시작된 기념일 하나가 올해도 어김없이 전 세계 11월을 채웠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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