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베네수엘라간 군사적 긴장의 파고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신예 항공모함 전단을 카리브해로 이동시켰고, 이에 맞서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은 정규군과 예비군을 모두 동원하며 항전 태세를 갖추고 있습니다. 전쟁의 공포가 현실이 될까봐 베네수엘라 국민들은 상황을 주시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1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해군은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지중해에서 작전을 수행해온 제럴드 포드 항모 전단이 미군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 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미군 남부사령부 작전구역에는 멕시코 이남 중남미 지역과 주변 해역, 카리브해 등이 포함됩니다.
지난 2017년 취역한 포드 항모는 미국의 최신예 항모이며, 세계에서 가장 큰 항모이기도 합니다. 원자력 추진 항모라서 사실상 무제한 작전이 가능합니다. 포드 항모엔 지상 목표물 타격이 가능한 F/A-18 전투기, 적의 방공망을 교란할 수 있는 EA-18G 그라울러(Growler) 등이 탑재돼 있습니다. 여기에 이지스 구축함·순양함·공격잠수함·보급함 등이 포드 항모를 따르고 있습니다. 웬만한 나라 전체의 무력 규모와 맞먹습니다. 미국은 포드 항모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군사시설, 특히 마약 밀매를 지원한다고 의심되는 시설을 공중 타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으로 마약을 밀수하는 베네수엘라의 마약 카르텔들을 테러단체로 지정했으며, 군함, 원자력 추진 잠수함, F-35 전투기 등 미군 자산을 카리브해로 보내 ‘마약 운반선’을 격침하고 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9월부터 지금까지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상대로 최소 19차례 공습을 가해 최소 76명을 살해했습니다.
이에 맞서 베네수엘라는 육해공군은 물론 예비군에 대한 대규모 동원령을 발령하고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베네수엘라는 군사력에서 미국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히 열세이지만, 미국의 군사적 조치에 맞서겠다며 항전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블라디미르 파드리노 로페스 베네수엘라 국방장관은 전날 미 해군의 포드 항모 전단 추가 투입 등 이 지역에 대한 미군의 군사력 증강에 맞서 베네수엘라가 자국의 병력, 무기, 군사장비를 대규모로 동원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동원령에는 베네수엘라의 정규군뿐만 아니라 볼리바르 민병대도 포함됐습니다. 볼리바르 민병대는 민간인으로 구성된 예비군으로, 전임 대통령인 고(故) 우고 차베스가 창설했습니다. 스페인으로부터 수많은 라틴아메리카 국가의 독립을 쟁취한 혁명가인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습니다.
현지 소식통은 미군의 군사적 행동이 현실화할 경우, 베네수엘라군은 현실적인 전력 차이를 고려해 미군에 정면 대응하기보다는 ‘게릴라 전술’을 수행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미군으로부터 공중 또는 지상 타격을 받으면 소규모로 편성된 부대가 산개해 전국 280여곳에서 각개 전투식 대응을 한다는 것이죠.
일각에선 마두로 정권이 일부러 베네수엘라내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이른바 ‘무(無)정부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보기관과 무장한 여당 지지자들이 수도 카라카스를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어 외국 군대조차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이런 저항 전략의 성공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중론입니다.
지금 카리브해는 전쟁의 문턱과 외교의 출구 사이에서 불안정하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전면전으로 비화할지는 아직 예단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어느 쪽도 쉽게 물러서지 않겠다는 태세를 취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향후 며칠간의 움직임이 대치 수위와 협상 여지를 가르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입니다. 만약 충돌이 실제 전쟁으로 확산될 경우, 그 파장은 베네수엘라의 권력 지형을 넘어 중남미의 안보 질서 전반을 뒤흔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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