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편의점 매대에 카스 맥주가 진열돼있다. 디지털타임스 DB.
서울의 한 편의점 매대에 카스 맥주가 진열돼있다. 디지털타임스 DB.

달라진 음주 문화 등으로 주류 소비가 전반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유독 국산 맥주가 맥을 못추고 있다. 하이볼이나 RTD(Ready to Drink) 음료 등 맥주를 대체할 수 있는 선택지가 넓어진 영향으로 보인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849억원, 영업이익 617억원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0.11%, 12.11%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

특히 맥주의 실적 기여도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소주 판매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영향 등으로 전년 대비 2% 이상 늘어난 반면, 맥주는 감소세가 뚜렷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소주보다도 맥주 시장 침체가 두드러진다”며 “하이트진로가 맥주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음에도, 매출 방어에는 실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상 연말을 앞두고 소주·와인류 등의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인 만큼, 맥주 시장 침체는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이 집계한 올해 4분기 ‘식품산업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소주는 101.5로 기준선(100)을 웃돌았는데, 맥주는 78.5에 그쳤다. 이 지수에서 기준선이 100을 넘으면 제품 판매가 개선된다는 의미고, 그 이하면 악화될 것이란 전망을 뜻한다.

맥주 시장이 나홀로 위축되는 이유는 맥주를 대체할 수 있는 주류가 과거보다 다양해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직후 하이볼과 RTD 음료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고, 제품 구색이 다양해지면서 소비자 선택지가 넓어진 상태다. 소주는 여전히 식사에 곁들일 때 선택되고 있지만, 맥주는 다른 저도주에 밀리는 주종이 된 셈이다.

또 즐겁게 건강을 챙기려는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지속되면서 논알코올 음료도 세를 넓히고 있는 상황이다.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논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2년 만에 55.2% 성장했다. 2027년에는 946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산 맥주는 수출 경쟁에서도 유리한 상황은 아니다. 소주와의 혼음(섞어 마시는 소비)에 최적화된 맛을 표방했다는 점이 수출 시장에선 약점으로 꼽힌다.

이에 국내 주류기업 사이에선 비(非) 맥주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비맥주는 그간 맥주 중심 라인업을 유지해왔지만, 내년 상반기부터는 수출용 소주 ‘건배짠’ 생산을 본격화해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도 비 맥주 제품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이달초 스코틀랜드 위스키 브랜드 ‘보니 앤 클라이드’와 ‘하이랜드 치프’를 새로 선보이며 위스키 시장 공략에 나섰다. 롯데칠성음료도 과실 탄산주 ‘순하리 레몬진’을 리뉴얼해 이달 중 출시할 계획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주류 매대에서 국산 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며 “소주는 여전히 식주로 평가받지만, 맥주는 대체재에 밀리는 주종이어서 입지가 약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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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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