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주] 주식시장 관련 소식이 매일 쏟아지지만 뉴스에서 ‘개미’의 목소리를 찾기 쉽지 않습니다. 기사를 쓰는 기자도 개인 투자자고, 매일 손실과 이익 사이에서 울고 웃습니다. 일반 투자자보다 많은 현장을 가고 사람을 만나지만 미처 전하지 못했던 바를 철저하게 ‘개인’의 시각으로 풀어보겠습니다.
한 증권사가 내년 코스피를 7500으로 전망하면서 또 한번 증권가 리서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증권사 리서치에 대한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지난해 코스피가 약세를 보일 때도, 지금 4000을 넘어섰을 때도 증권가는 거의 모든 종목의 주식을 ‘사라’고만 했다.
증권사별 리포트 투자등급 비율을 보면 유독 국내 증권사의 매수 권유가 많다. 한양증권은 매수의견 리포트 비율이 100%이고, 키움증권, 부국증권, iM증권, 유진투자증권 등은 90%가 넘는다. 국내 증권사 중 매수의견 비중이 80% 이하인 곳은 BNK투자증권이 유일하다. BNK의 매수의견 비중은 79%다.
외국계 증권사 리포트와 비교하면 이 같은 특징은 더 두드러진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의 매수의견 비중은 49.1%였다. 맥쿼리증권은 73.3%, 노무라투자증권은 57.1%다. 씨티그룹, UBS, JP모간, 홍콩상하이증권 등 외국계 주요 증권사는 여전히 국내 종목에 대한 불확실성을 전망했다. 모간스탠리는 매수의견 비중이 40%에 불과했다.
증권가에서 지난해 내놓은 올해 전망치 역시 신뢰도를 낮춘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올해 코스피가 3000 아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기준 코스피는 4150이 넘는다.
리서치센터장 등 전문가들을 사석에서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보고서보다 훨씬 비판적이고 냉담하다.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이 한 세미나에서 국내 상장사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 내용을 그대로 기사에 담았다.
기사가 나간 지 2시간도 되지 않아 센터장님의 전화를 받았다. “기자님, 제가 말한 것은 맞지만 이렇게 나가면 저희 영업을 못해요. 멘트 좀 지워주세요.”
투자자들 사이에서 증권사 리포트를 믿지 못하겠다는 가장 대표적인 사유가 증권사와 상장사의 관계 때문이다. 리테일도 중요하지만, 상장과 인수합병, 기업대출, 유상증자, 자사주 매입 등 증권사 매출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리포트가 영업 수단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얘기가 많지만 이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런데 리서치센터장의 전화 한 통으로 그저 소문이 아님을 알게 됐다.
당장 증권 거래가 많이 일어나야 중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점도 애널리스트에겐 압박으로 작용한다. 기업 전망이 좋지 않다면 투자자는 시장을 떠난다. 이 기업의 주가가 오른다고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해외 증권사들은 리포트를 유료로 제공한다. 그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시장을 바라보는 것이 느껴진다. 증권사 리포트를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은 한국밖에 없다. 증권가가 기업보다 투자자에게 집중하고, 시장 영향력이 높아진다면 증권사가 기업에게 을이 아닌 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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