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3개월 상승률' 쟁점 부상
반영 여부따라 규제 지역 상이
강북·중랑 등 8곳 기준미달 지정
천하람 의원 주택법령 위반 주장
규제 외 지역, 집값상승 풍선효과
10·15 대책은 위법일까?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10·15대책에서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과 경기도 12개 시·구를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확대 지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지역이 최신 통계를 반영하지 않은 채 지정됐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적법성 논란이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야당이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번 논란은 정치 쟁점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핵심 쟁점은 최신 통계 반영 여부
규제지역 지정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최신 통계가 반영됐는지 여부다. 근거는 규제 적용 '직전 3개월 주택가격 상승률'이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조정대상지역 지정 최우선 요건은 직전 3개월 주택 가격 상승률이 해당 시·도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해야 한다.
또한 청약경쟁률(5대 1 초과), 분양권 전매 거래량(전년 동기 대비 30% 이상 증가), 주택보급률·자가주택 비율(전국 평균 이하인 경우) 중 1개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투기과열지구는 정량 기준을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현저히 높은 지역'으로만 정하고 있는데, 국토부는 통상 물가 상승률의 1.5배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논란의 중심은 통계 적용 시점에 있다.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은 지난달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법 기준에 따르면 10·15 대책 적용 시점(직전 3개월)이 7∼9월인데 정부는 6∼8월 통계를 기준으로 삼았다"며 위법성을 주장했다.
국토부가 정부 공식 통계기관인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대책을 발표하기 전에 통계를 받아놓고도 의도적으로 지난 통계를 써서 집값이 덜 오른 지역까지 무리하게 규제로 묶었다는 지적이다.
10·15 대책에서 서울 중랑·강북·도봉·금천구와 경기 의왕, 성남 중원, 수원 장안·팔달 등 8곳은 정량 기준을 충족하지 않음에도 규제지역으로 지정됐다.
천 의원은 8개 지역이 규제의 정량 기준에 미달하는데, 8월까지의 통계를 사용하는 위법한 처분으로 이들 지역에서는 하루아침에 대출 제한, 세금 중과 등 막대한 재산권 제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그러면서 9월 통계가 존재했음에도 이를 배제한 것은 명백한 주택법령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규제 적용이 적법하다며 반박했다.
부동산원으로부터 9월 통계 결과는 대책 발표 전인 10월 13일 오후 2시에 받았지만, 공표 전 자료를 활용하면 통계법 위반 소지가 있어 규제지역 지정을 위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 과정에서 9월 통계를 적용할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9월 통계의 공식적인 공표 시점은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15일 오후 2시, 주정심 의원들의 서면 심의는 9월 통계 공표 전인 13∼14일에 진행됐다.
국토부는 "관련 법에 해당 기간에 대한 통계가 없는 경우 가장 가까운 월 또는 연도에 대한 통계를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10·15 대책은 추석 전부터 준비가 이뤄졌고, 주정심은 9월 통계 공표 전에 잡혀 있어 처음부터 9월 통계는 검토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최신 통계 적용시 8곳 규제 기준 미달
통계 적용 시점이 유독 문제가 되는 것은 규제지역 지정의 정량적 기준이 되는 소비자물가가 8월 들어 보합(서울) 내지 하락(경기도)했다가 9월 들어 서울이 0.3%, 경기도 0.4%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국가데이터처 통계에 따르면 서울지역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6∼8월에 약 0.21%가 올랐지만, 7∼9월에는 약 0.55%로 상승폭이 커졌다.
경기도의 물가상승률은 6∼8월 0.25%지만 7∼9월은 0.63%에 달한다.
국토부는 6∼8월 통계를 적용해 이 기간 집값 변동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서울 0.27%, 경기 0.32%)를 넘는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규제지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직전 3개월' 기준을 7∼9월로 바꾸면 규제지역 지정 대상이 되는 집값 변동률의 하한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인 서울 0.71%, 경기 0.82%로 높아진다.
9월 통계를 적용하면 이번에 규제 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중랑, 강북, 도봉, 금천구와 경기 의왕, 성남 중원, 수원 장안·팔달 등 8곳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토부는 규제지역 지정의 효과를 고려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를 동시에 지정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포함해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다.
반면 일부 지역은 기준을 충족했어도 규제지역에서 빠졌다. 화성, 광주, 군포 등은 6~8월 기준 집값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의 1.3배를 초과했지만, 9월 들어 주간 집값 변동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안정세를 보였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문제는 규제지역에서 제외된 지역에서 10·15 대책 이후 거래량과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위법 논란은 법정 공방으로
천하람 의원은 지난 11일 10·15 대책 취소를 요구하는 행정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국민의힘도 "위법한 행정처분이자 통계 조작"이라며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행 통계법을 고려할 때 국토부의 위법 가능성은 작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에서 '집값 통계조작' 논란으로 주택통 공무원들이 일제히 소송과 좌천 등 곤욕을 치르는 국토부 입장에서 더 보수적으로 통계를 관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행 법에는 정량적 기준 외에도 투기 우려, 과열 여부 등 정부 판단에 따라 지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정성적 요건이 포함돼 있어, 국토부에 일정한 재량권이 존재한다.
다만 이번 논란은 현행 규제지역 지정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직전 3개월 물가 상승률 기준이 집값과 무관하게 적용 시점에 따라 통계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문제가 있고, 신규 분양 물량이 급감한 상황에서 유지되고 있는 청약 경쟁률이나 분양권 전매 거래량 등 과거 기준으로 과열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이 지금 현실과 맞지 않다는 점을 들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주정심 운영 방식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주정심은 민간 전문위원을 대상으로 서면 심의로 진행되며, 정부안이 그대로 통과되는 형식적 절차라는 비판이 있다. 보안을 이유로 안건이 발표 직전 전달되고 검토 시간도 촉박해 충분한 논의가 어려워 실효성 있는 심의 구조로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는 "논쟁의 초점이 통계를 어느 시점 기준으로 적용했는지가 아니라,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얼마나 종합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했는지에 맞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예를 들어 10·15 대책 발표 후에도 시장 불안이 지속된다면, 통계 기준과 상관없이 수도권 전체를 규제지역으로 묶는 조치도 가능하다"며 "정부가 정해진 규정이나 직전월 통계에만 얽매이지 않고, 최근 몇 달간의 거래량과 시장 흐름 등 다양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거시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8월이냐 9월이냐와 같은 세부적인 통계 적용 시점 논쟁보다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며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에 부합한다면 통계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고 합리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을 허용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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