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 정책 컨트롤타워 40일째 공석

지상파 ‘무허가 방송’·유료방송 재허가 지연

산업 전반 ‘흔들’

지난달 1일 정부과천청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을 철거한 뒤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일 정부과천청사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을 철거한 뒤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사업자는 다 죽게 생겼는데 방미통위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내 유료방송 업계가 시장 축소와 투자 여력 고갈 속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방송·미디어 정책을 총괄하는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가 출범 이후 40일째 위원장 공석 상태를 이어가며 정책 의사결정이 멈춰섰기 때문이다.

방미통위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일부 기능을 통합해 지난달 1일 출범한 조직으로, 방송과 미디어, 통신 전반의 규제·정책을 조정하는 핵심 컨트롤타워다. 그러나 위원장 임명이 지연되면서 정부 승인이 필요한 각종 방송 인허가와 제도 개편이 모두 멈춰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BS1·MBC·EBS 등 12개 방송사 146개 채널은 지난해 말 방송 허가 기간이 만료됐으나 정부 공백 속에서 사실상 ‘무허가’ 상태로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JTBC 등도 연말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지만 절차가 미뤄질 전망이다.

‘방송3법’(방송법·방문진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 역시 8~9월 시행됐지만, 방미통위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으면서 법적 절차가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3법은 공영방송 이사 추천·사장 임명 등 절차를 모두 방미통위 규칙에 의존하도록 규정했으나, 위원회가 부재한 상황에서 규칙 제정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새 이사 선임도 법정 시한 내 완료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안정상 중앙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는 관련 보고서에서 “방미통위 미구성으로 인한 방미통위 규칙 제정 불가 문제뿐만 아니라 편성규약 문제 등 복합적 장벽이 개정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공영방송 이사·사장 선임의 난관에 봉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료방송 업계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KT스카이라이프 등 올해 재허가 대상 사업자들은 상반기부터 재허가 서류를 모두 제출했지만, 심사·청문 절차가 위원회 부재로 중단된 상태다.

한 관계자는 “지상파도 이미 무허가 상태에서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며 “정부 조직이 제 역할을 하기 전까지는 어떤 결정도 내려질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 최대 현안인 방송발전기금(방발기금) 완화 논의도 멈춰 있다. 케이블TV는 매출의 1.5%를 의무적으로 방발기금으로 납부하고 있지만, 가입자 이탈과 매출 급감으로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기금 완화와 광고 규제 합리화는 이미 정부와 업계 간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지만, 조직 이관 이후 해당 내용이 다시 검토되는 것이 아닐지 우려된다”며 “결정이 지연될 경우 내년에는 연쇄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업자들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광고 규제 완화 역시 업계의 오랜 숙원이다. 방송사는 여전히 시간·상품군 제한 등 지상파 수준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지만,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에서 광고 수익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는 “식약처·복지부 등 유관 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안이라 방미통위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복원되지 않으면 답이 없다”고 토로한다.

김용희 선문대 경영학과 교수는 “OTT 규제와 진흥을 아우를 상설 3부처 협의체를 설치하고, 통합방송법을 정부 입법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특히 일관된 결정이 가능한 구조를 복원해야 한다. 유료방송의 생존 이슈가 더 늦춰지면 산업 전반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나인 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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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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