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공급·금융 ‘3각 공백’

국토부 내부 승진 방향 검토

LH·HUG 연내 선임 불가능

9·7대책 추진 동력 상실 우려

부동산 막말 논란과 갭투자 의혹으로 사임한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 [연합뉴스]
부동산 막말 논란과 갭투자 의혹으로 사임한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1차관. [연합뉴스]

장관은 존재감이 약하고, 차관은 사임했다. 손과 발이 돼 정책 집행을 주도해야 할 핵심 공기업 사장마저 공석.

부동산 정책은 달포에 한 번꼴로 쏟아지는 가운데 중앙부처와 공기업 수장급 ‘머리’가 빠지면서 이재명 정부의 주택 정책이 추진 동력을 잃을까 우려된다.

국토교통부 1차관부터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택도시보증공사(HUG)까지 주택 공급과 건설 금융지원 역할을 도맡고 있는 핵심 기관들이 동시에 수장 부재 상태에 놓였다.

국토부의 경우 이상경 전 1차관이 부동산 막말 논란과 갭투자 의혹으로 지난달 중순 사퇴한 이후 1차관 자리가 3주째 공석이다.

국토부 1차관은 부처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자리로, 6·27, 9·7, 10·15 대책 등을 기획·조율해 온 핵심 자리다.

1차관 공석이 길어질 경우 정부 주택 정책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국토부 내부에서는 인사 방향을 놓고 내부 승진을 통한 조직 안정론과 외부 영입을 통한 정책 강화론이 맞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출신 승진은 안정적인 업무 연속성이 장점이지만, 정책 방향에 대한 새 정부의 철학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인사는 새로운 정책 추진력을 확보할 순 있으나 조직 적응에 시간이 걸리고 기존 실무 라인과의 조율이 쉽지 않다는 우려가 있다.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 최전선에 있는 LH는 상황이 심각하다. 2022년 11월 취임한 이한준 사장이 올해 8월 임기 만료 5개월을 앞두고 돌연 사의를 표명하면서 조직이 표류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사표 수리를 3개월 가까이 미루면서 ‘사표 반려에 따른 유임설’이 돌기도 했으나 지난달 31일 면직안이 재가됐다.

이런 가운데 이상욱 부사장까지 이달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어, LH는 조만간 사장과 부사장이 모두 없는 ‘무두’(無頭) 체제에 놓인다. 임시 ‘대행’ 체제로 운영되더라도 주택 공급 추진 속도를 유지할 수 있는 내부 체계를 강화해야 하는 LH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새 정부의 주택 공급을 주도해야 하는 데다, 조직 구조 개혁까지 추진해야 하는 처지라 수장이 공석일 경우 업무 추진에 탄력을 받기 어려워진다.

LH는 9·7 대책의 핵심인 수도권 135만가구를 공급하는 핵심 역할을 하며 이 중 55만6000가구(약 41%)를 직접 시행을 통해 공급해야 한다.

수도권 공공택지를 개발해 2030년까지 약 6만가구를 착공하고 도심 노후 임대주택 재건축과 유휴부지 개발, 도심복합사업 확대 등을 함께 추진해야 하는 업무도 주어졌다.

LH 사장 공모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초 시작될 예정이지만 실제 선임은 내년 1분기로 예상된다. 신임 사장 선임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한동안 경영 공백이 불가피하다.

HUG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HUG는 지난 6월 유병태 사장이 물러난 지 4개월 만에 사장 공모에 착수했다.

현재 수장이 공석인 공공기관 중에서는 비교적 빠르게 선임 절차에 나섰지만 새 수장 임명까지 통상 2∼3개월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선임은 불가능해 보인다.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분양보증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을 담당하는 핵심 기관으로, LH와 함께 주택 공급 사슬의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다.

HUG 사장 공백이 길어질 경우, 분양보증 승인 지연과 PF 심사 축소로 이어져 민간 공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교수는 “9·7 공급 대책의 핵심 인력들이 모두 비어 있는 상황이라 정책 추진 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가 제때 이뤄질 수 있을지, 이미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수장 공백을 서둘러 메우되, 정무적 판단보다는 현장을 잘 아는 실무 전문가를 중심으로 인사를 해야 주택 공급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심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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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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