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말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025’ 만찬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관세 너무 감사드린다”고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한 지 2주가 지났지만 관세 인하 시점은 감감무소식이다.

무관세에서 25%로 오른 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하루에만 평균 400억원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는 만큼, 조속한 관세 인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지난달 29일 경주에서 열린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 이후 이른 시일 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를 내놓기로 했다. 당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부터 유지돼 온 미국의 수입차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바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양국 간 세부 합의 내용은 거의 마무리된 상태”라며 “팩트시트는 안보와 합쳐 2~3일가량 걸릴 것”이라고 말해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회담 후 2주 가까이 되도록 팩트시트가 발표되지 않아 국내 업계는 대미 자동차 수출 관세 25%를 여전히 부과 받고 있다. 자동차 관세율 인하는 지난 7월 처음 합의됐지만 4개월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적용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관세 인하가 늦어지면서 하루하루 천문학적 손해를 보고 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내년도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판”이라며 “이미 미국에 있는 재고분에 25% 관세를 적용받았다. 관세 인하 시점만 기다리면서 재고 물량을 비축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25% 관세가 장기화될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고려해 재고 확보와 운송 조율, 계약 검토 등을 병행해야 해 이로 인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하소연했다.

현대차·기아는 올 3분기 관세 비용만 각각 1조8212억원, 1조2340억원을 물었다. 양사 총합은 3조552억원으로 한 달에 1조원, 하루 332억원꼴로 관세를 낸 셈이다. 이는 현재 진행형으로, 이달 들어 11일치만 따져도 3600여억원의 비용을 더 부과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GM까지 합치면 하루 평균 400억원가량의 관세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 부담은 주요 자동차 부품사들도 해당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작년 대미 자동차부품 수출액은 82억2200만달러(약 12조원)로 25%의 관세를 낸다면 20억달러(3조원)를 넘는다. 만약 15% 관세가 적용될 경우 12억3300만달러(1조8000억원)으로 낮아져 두 달치만 따져도 1000억원가량을 절감할 수 있다. 완성차도 15%로 관세율이 낮아지면 하루 평균 관세 비용은 약 240억원으로, 현재보다 160억원이 줄어든다.

만약 적용 시점이 늦어지더라도 11월 1일을 기준으로 소급 적용이 된다면 한시름 놓을 수 있지만, 미국 측이 양해각서(MOU) 시점을 고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지난 9월 4일 관세 인하에 합의했지만, 실제 발효는 연방관보 게재 이후인 9월 16일이었다. 일단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난 4일 국무회의에서 “자동차 관세의 경우 법안이 제출되는 달의 1일로 소급 발효되도록 협의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소급 적용 날짜가 쟁점이다. 미국은 MOU 시점으로 시점을 늦추려고 하지만 우린 최소 11월 1일을 관철해야 한다”며 “MOU 날짜로 밀리면 완성차와 부품사들에 수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
현대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현대차
장우진 기자(jwj17@dt.co.kr),
임주희 기자(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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