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경기 회복·확장재정 영향에 내년 1.8%로 상향
소비·투자 개선 흐름 속 수출은 관세 여파로 둔화
전문가 “재정 확대만으론 한계… 규제 완화로 민간 활력 높여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0.9%로 전망했다. 정부의 소비쿠폰 등 정책 효과로 민간소비가 늘며 내수 부진 완화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은 1%대를 넘기지 못했다.
내년에는 내수 회복세가 이어지며 성장률이 1.8%로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저성장과 관세 압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확대만으로 경기 반등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KDI 11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0.9%로 제시했다. 지난 8월 전망(0.8%)보다 0.1%포인트(p) 높게 잡은 것이다. KDI의 성장률 전망치는 정부와 국제통화기금(IMF), 한국은행의 0.9%와 같고, 아시아개발은행(ADB·0.8%)보다 높다.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올해는 예상보다 반도체 경기가 훨씬 좋아지면서 전망 상향의 주된 요인이 됐다”며 “4분기에 소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하더라도 경기가 나빠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완만한 회복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등락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DI는 시장금리 하락과 정부 지원 정책의 영향으로 민간소비가 확대되고 정부소비도 높은 증가세를 보이며 경기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1.3%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는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기존 전망(2.0%)보다 0.1%p 높은 2.1%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수출 증가 전망치는 4.1%로 전망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2.1%)보다 2.0%p 높은 수준이다. 미국의 관세 인상으로 대미 수출이 큰 폭으로 줄고, 중국의 내수 부진으로 대중 수출도 감소세를 보이지만, 대만 등 아시아 지역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급증하며 전체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했다. 기존 전망치(1.6%)보다 0.2%p 상향 조정했다. 정 부장은 “반도체 경기가 8월에 봤던 것보다 내년에도 더 좋을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 예산안을) 확장 재정으로 편성하면서 내년도 성장률 상향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수출은 선제적 효과가 떨어지는 가운데 미국의 관세 인상 영향이 본격화하며 올해(4.1%)보다 낮은 1.3%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민간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와 확장적 재정정책 등으로 올해(1.3%)보다 높은 1.6% 증가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제외한 부진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관련 투자 수요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올해(2.5%)에 이어 내년에도 2.0% 증가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건설투자는 올해 큰 폭의 감소(-9.1%)에서 벗어나 내년에는 2.2%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지방 주택시장 침체가 길어지고, 건설수주 개선이 실제 공사로 이어지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부진 완화 속도는 더딜 것으로 관측된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지출 확대에 따른 성장률 상승은 일시적 ‘반짝 효과’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추세라면 내년 1.8%도 쉽지 않다”며 “민간 부문의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지금 정책방향은 규제 강화 쪽으로 기운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모든 걸 쥐려 하기보다 민간에 주도권을 넘기도록 규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부장은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된 뒤에는 재정수지 적자가 지나치게 커진 상태가 이어지지 않도록 재정을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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