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만석, 연차 뒤 거취 고민… 檢, 집단반발 때문

범야권, ‘이재명 지시 있지 않았냐’ 의심

검찰, 尹 구속취소 당시 즉시항고 포기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불기소 처분도 논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늘 흔들렸다. 김수영 시인이 표현하듯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이었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당시 영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질질 끌다가 무혐의 처리하면서 '권력의 개'라는 비아냥을 듣더니, 이번에는 이재명 대통령이 연루된 대장동 사건과 관련해 항소를 포기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이날 휴가를 쓰고 자신의 거취에 대한 고민에 나섰다. 자진사퇴할 가능성이 높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은 8일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 이후 사의를 표명했다.

앞서 노 대행과 정 지검장은 항소 포기 결정을 놓고 이견을 드러내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전국 18개 지검을 이끄는 수장들이 사상 초유의 집단 성명을 발표했다. 10대 대형 지청장 중 8명도 반발했고, 대검 연구관들은 노 대행의 용퇴를 건의했다.

일견 기개있는 검찰의 행태로 보이지만 실상 속내를 들여다보면 검찰 내부의 희생양 찾기 성격이 짙다. 대장동 사건에 대해 항소가 필요했다면 관련된 수많은 검사들 중 누구 하나라도 자신의 직을 걸고 나서서 항소장을 제출했다면 항소장은 접수됐을텐데 그런 검사는 없었다.

내년 10월이면 해체되는 검찰이 사실상 마지막 저항에 나섰다는 분석이 있지만 그 저항이 과연 무엇을 위한, 누구를 향한 저항인지도 불분명하다. 지금의 저항은 노 대행이 자진사퇴하면 쉽게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 앞에 희생양 한 명 던져놓고 책임에서 벗어나는 행태는 오래된 검찰의 관습이기도 하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등 범야권에선 이번 항소 포기 과정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배후에 있지 않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지난 9월 무리한 항소를 포기하라고 주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시계를 잠깐만 뒤로 돌려보면 검찰의 낯부끄러운 과거는 쉽게 발견된다.

지난 3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일으킨 혐의로 구속됐다가 법원이 이를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을 때 검찰은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윤 전 대통령이 받고 있던 혐의의 중대성은 제외하더라도 검찰은 당연히 즉시 항고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 심우정 검찰총장은 즉시항고를 포기했다. 그리고 검찰 내부에서는 이의 제기가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주장했던 이원석 전 검찰총장은 오히려 검찰 내부에서 고립됐다가 쓸쓸히 임기 만료로 퇴장했다.

윤석열 정권이든, 이재명 정권이든 검찰은 달라진 게 없다. 김수영 시인이 말한 '바람보다 먼저 눕는 풀'은 대한민국 검찰에게 딱 들어맞는 표현이다.

윤상호 기자 sangho@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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