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35년 목표 53~61%”
기업 “일자리 창출에 큰 차질”
車부품 치명적… 철강도 울상
정부가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2018년 대비 53~61% 감축안으로 확정했다. 95% 이상이 중소·중견기업인 자동차 부품업계를 비롯해 화학 등 중간재 제조업체들은 탄소 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것도 거의 무리에 가까운데 더 줄이라는 것은 “재앙에 가깝다”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에너지 업종의 탄소 다배출 대기업들도 절규하고 있다. 정유 기업들은 석유 연료 수요가 급감하면 매출 감소가 불가피한데다 철강과 시멘트 기업들은 탄소를 줄일 기술 자체가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 현실적으로 감축 목표를 맞추기 어렵다.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10일 오후 3시 전체회의를 열고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를 53~61% 감축안으로 의결했다. 의결된 안은 11일 국무회의에서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기후에너지환경부는 당초 ‘50~60% 감축안’과 ‘53~60% 감축안’ 두 가지를 놓고 조율해왔으나, 전날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하한선을 53%로 유지하되 상한선을 정부 권고보다 1%포인트(p) 높인 61%로 정했다.
심지어 기존 정부안의 최고선이었던 60%를 넘어선 61% 감축안이 확정되면서, 산업계는 “현실을 무시한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종안이 기존 ‘2030년 40% 감축’보다 하한선은 13%p, 상한선은 21%p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당초 48% 감축안을 강조해온 데다 국제사회 눈높이를 고려하더라도 50% 수준이 한계라는 입장이었다. 이미 2018년 대비 48% 감축도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 없이는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들은 감축률이 높아질수록 배출권 거래비용과 설비투자, 에너지 전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때문에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큰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장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자동차 부품업계다. 내연기관차 부품 업체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매출액 중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첨단 전장 비중이 30% 미만인 업체가 전체의 86.5%에 달한다.
이들 중소 부품기업들은 전동화 전환에 필요한 연구개발과 투자여력, 기술인력이 부족해 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어려운 것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NDC 목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대규모 장치산업을 기반으로 한 소재업체들은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수소환원제철과 같은 신기술에 조 단위의 천문학적인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송부문인 자동차 업계는 생산 단계의 탄소 배출은 상대적으로 적고 실제 배출의 대부분은 차량 운행(주행) 과정에서 발생한다. 하지만 사실상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가 전제돼야 해 달성 가능한 수치다. 전동화 목표가 높아지면 정유기업들도 휘발유·경유 등 석유 연료 수요가 감소해 매출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미 세계적인 공급 과잉과 자국 우선주의 무역 질서, 관세 장벽 등으로 업황 부진을 겪고 있는 철강 기업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철강업계는 핵심 저감 기술인 수소환원제철을 2037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예정인 만큼 이 기간까지는 신기술이 상용화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감축이 어려우니 감축 목표 자체를 맞추기 어려운 것이다.
시멘트 업계는 공정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하다. 시멘트 업계가 감축을 못 하면 건설업계도 감축 목표를 맞출 수 없게 되는 구조여서 현실을 반영한 단계적 감축과 기술지원 등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4일 대한상공회의소를 포함한 철강, 화학, 시멘트, 정유 등 7개 업종별 협회가 이러한 우려를 담은 공동 건의문을 내놓는 등 산업계의 입장을 고려해달라고 정부와 국회에 촉구한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한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기업들은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사용하는 에너지원을 감안하면 국회나 정부가 원하는 대로 획기적으로 온실가스를 절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발전 부분은 재생에너지와 원전이라는 확실한 감축 수단이 있는 반면에 수송 부분은 생산 기반을 포기해야 해 국가 주력산업인 자동차산업와 정유산업의 타격이 크다”며 “자동차 산업 내에서는 부품업계가 중소기업들도 구성돼 있어 전동화 속도가 빨라질수록 생존 압박이 심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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