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조 넘긴 슈퍼예산, 올해보다 8.1% 증가

AI·지방투자 확대… ‘미래 성장형’ 재정 내세워

국가채무 2029년 1779조 전망… GDP 대비 58.2%

“비효율 지출 줄이지 않으면 건전성 악화 불가피”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6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국회 .예결위는 정부가 제출안 2026년도 예산 심의에 본격 돌입했다. [연합뉴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6일 국회 예결위 회의장에서 열린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국회 .예결위는 정부가 제출안 2026년도 예산 심의에 본격 돌입했다. [연합뉴스]

국회가 2026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경제부처별 심사에 들어갔다. 이재명 정부는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인프라 확충과 연구개발(R&D) 등 경제 성장 분야에 재정을 집중했다.

내년도 예산은 사상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선 728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보다 8.1% 증가하면서 확장재정 기조가 강화됐지만 재정건전성 한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9년 국가채무는 1779조2000억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이 58.2%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빠른 채무 증가 속도에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728조 슈퍼예산 미래 성장축 ‘AI’에 방점

10일 정부에 따르면 내년도 예산 총지출은 728조원으로 편성됐다. 전년 본예산보다 54조7000억원(8.1%) 늘어난 규모다. 예산 지출이 7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총수입은 전년 본예산 대비 22조6000억원(3.5%) 증가한 674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내년도 각 부처가 한 해 동안 벌어들일 돈(세입예산안)을 보면 기획재정부가 519조3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교육부 26조7000억원, 농림축산식품부 18조9000억원, 국토교통부 15조7000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2조5000억원 등 순이었다.

반면 한 해 동안 쓸 돈(세출예산안)은 교육부가 126조4000억원으로 가장 컸다. 보건복지부(78조6000억원), 행정안전부(76조4000억원), 국방부(47조원), 기재부(46조2000억원), 국토부(44조5000억원)가 뒤를 이었다.

세출 증가율은 새만금개발청이 78.5%로 가장 높았다. 중소벤처기업부(37.2%), 중앙선거관리위원회(33.3%),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32.6%), 법제처(31.9%) 등도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내년도 예산안에서는 인공지능(AI) 대전환을 위한 재원 집중이 한층 강화됐다. 정부는 AI 3대 강국 도약을 목표로 관련 예산을 전년 본예산보다 6조8822억원 늘린 10조1398억원을 편성했다. 세부적으로는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기술개발 부문에 2조9164억원,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에 AI를 확산하는 인공지능 전환(AX) 부문에 2조6059억원을 배정했다. 또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 등 인프라와 연구기반 조성에 2조5061억원을 투입해 산업·사회 전반의 혁신을 뒷받침한다는 구상이다.

◇부처 중복·지방 재정 격차는 과제로 남아

다만 이번 AI 예산안은 사업 분류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부처 간 조정이 미흡해 정책의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생활 AX 부문에 편성된 ‘AX-Sprint 300’ 사업은 내용이 거의 같지만, 부처별로 나뉘어 관리되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 적용 기준도 달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가재정 여건이 팽창 상태인데 특정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건 위험하다”면서 “중요한 건 민간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를 정부가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지역 간 재정 불균형 완화를 위한 과제로 ‘재정사업 지방우대’와 ‘지방 자율성 제고’가 담겼다. 정부는 지방 성장거점 구축을 위해 거점 국립대 집중 육성과 지역별 전략산업 특화를 지원하고,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7개 주요 재정사업에는 인구감소율과 지역 낙후도 등을 반영한 ‘지방우대 원칙’을 시범 도입해 지역 격차 완화를 뒷받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내년 10월에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대상인 인구감소지역과 관심지역의 재지정이 예정돼 있다. 기금이 불균형하게 배분되지 않도록 기존 인구감소지역의 성과를 점검하고, 지역별 인구 추세와 구조 변화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현동 배재대 교수는 “농어촌 기본소득은 취지 자체는 이해되지만 기존 농어촌 지원사업과의 중복을 철저히 막고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며 “시범 추진이라도 정합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역사랑상품권 할인에 대한 중앙정부 지원율은 지역별로 다르지만 지방비 분담분은 할인액의 5%로 묶여 있다. 이 때문에 재정 여력이 낮은 자치단체는 발행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재정 여건에 따라 할인율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8일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9월 8일서울 중구 서울스퀘어에서 열린 국가인공지능(AI) 전략위원회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확장재정 지속 속 부채 급증, 성장 둔화 우려

정부가 경기 회복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확장재정 기조를 이어가고 있지만 국가채무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2029년 NABO 중기재정전망’을 보면 국가채무는 2025년 1303조6000억원(GDP 대비 49.4%)에서 2029년 1779조2000억원(58.2%)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연평균 증가율은 8.1%에 달한다. 이는 올해 정부 세법개정안에 따른 법인세와 증권거래세율 인상, 내년도 예산안에 포함된 재량지출 확대 등 주요 정책 변화를 반영한 결과다.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2025년 GDP 대비 -4.4%인 115조9000억원 적자다. 내년에는 -3.8%(105조원), 2029년 -4.1%(125조8000억원) 수준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도 예산안의 영향으로 지출이 수입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2026년 이후에도 연간 100조원 이상의 적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절대 규모보다 채무가 불어나는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국가채무 절대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 낮아 아직은 안정권이지만 증가 속도는 우려된다”며 “확장을 하면서 증세를 미루면 채무는 빠르게 늘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염명배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AI 예산 확대의 방향은 맞지만 비효율적 사업 조정 없이 재정만 늘리면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GDP 성장률이 낮아질 경우 부채 비율이 60%를 넘을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간 긴축 기조로 재정을 운용해 왔지만 세수 결손 등으로 재정수지와 국가채무의 악화 추세는 이어졌다. 목표로 내세운 재정준칙 달성에도 실패했다.

여기에 경제성장률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0년 전 2031~2040년 연평균 성장률을 1.9%로 예상했다. 올해 같은 기간 전망치는 1.3%로 낮아졌다. 2041~2050년 성장률 전망은 1.4%에서 0.7%로 떨어져 10년 전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염 교수는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빠르고 통일비용 같은 잠재부담이 크기 때문에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60%라 해도 실질적 압박은 80% 수준으로 봐야 한다”며 “과거 40%를 관리선으로 잡았던 데는 이유가 있었고 그 선을 넘어서면 악화 속도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재정을 확대하더라도 비효율적 지출을 함께 줄이지 않으면 부채 증가 속도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경고한다. 김 교수는 “현재 경기 여건상 지출 축소는 어렵다”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낮은 조세부담률을 감안하면 법인세·소득세·보유세 등 ‘분산 증세’가 합리적 선택지”라고 설명했다. 염 교수는 “퍼주기 정책에 대해 ‘이 돈은 어디서 나오나, 갚을 수 있나’를 들여다봐야 한다”며 “돈을 많이 풀면 물가가 자극되고 환율이 뛰어 외국인 투자가 꺾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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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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