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 EPA 연합뉴스

로드리고 파스(사진) 볼리비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취임하고 5년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20년 만에 좌파 정권이 막을 내리고 중도 자유주의 정부가 들어선 것입니다.

파스 대통령은 이날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 있는 연방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국민 통합을 상징하는 어깨띠를 받았습니다. 그는 대통령 취임사 일성으로 부패 척결과 경제난 타파를 강조했습니다. 이날 취임식에서 파스 대통령은 “우리가 받은 것은 왕좌가 아니라 임무”라면서 “우리가 물려받은 나라는 파산 상태이지만, 오늘부터 저는 국민을 위한 새로운 봉사의 시간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민을 먹여 살리지 못하는 이념으로 특징지어지는 ‘막힌 상태’를 당장 끝내야 한다”면서 “이제 볼리비아는 세계를 향해 닫았던 문을 열고 재정 원칙을 재건하며 다양성 존중을 바탕으로 한 정의로운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파스 대통령은 하이메 파스 사모라 전 볼리비아 대통령(1989∼1993년 재임)의 아들입니다. 사모라 전 대통령은 지난 1980년 군사정권 시절 발생한 석연찮은 항공기 사고의 유일한 생존자(5명 사망)로도 국제사회에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이날 아들의 취임식장에서 감격스러운 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남부 타리하 시장과 상원 의원을 지낸 파스 대통령은 지난 8월 1차 대선 투표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는 3∼4위권으로 분류됐다가 소셜미디어에서 청년 유권자들의 눈길을 끈 경찰 출신 에드만 라라(40) 부통령과 함께 막판 돌풍을 일으키며 1위로 결선에 올랐고, 지난달 우파 호르헤 키로가 전 대통령과의 맞대결에서도 승리했지요. 라라 부통령은 이날 경찰 제복을 입고 취임식장에 등장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정치 이념상 중도파 또는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파스 대통령은 실용과 균형을 중시하는 인물로 평가됩니다. 그는 정부 부처 축소와 권한 분산, 민간부문 성장 촉진, 사회 복지 프로그램 유지 등 최근 40년 중 최악이라는 경제난 극복을 국정 과제 0순위로 꼽았습니다. 또 과거 정부에서 중국과 밀착하며 거리를 뒀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도 적극적으로 교류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실리 외교를 핵심 기조로 내세웠습니다.

파스 대통령 취임으로 1130만명의 볼리비아 국민들은 2005년 대선 이후 약 20년 만에 사회주의 좌파 정권 대신 자유주의 중도 성향 정부를 품게 됐습니다. 이는 볼리비아 정치 지형이 새 방향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볼리비아는 에보 모랄레스·루이스 아르세 집권으로 이어지는 기간에 ‘자원 부국’으로서의 경제 성장 잠재력이 무색하게 극심한 연료난과 외환 보유 위기 등을 반복적으로 겪었습니다. 이는 이번 대선에서 좌파 후보 참패로 이어지는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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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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