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균 편집국장

성황리에 끝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는 값진 성과와 함께 여러 명장면을 연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잔치의 주인공으로 인상적 리더십을 발휘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 중국·일본 정상과의 만남도 성공적으로 마무리 했다. 미국 언론은 ‘신라 금관’을 놓고 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싸잡아 조롱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 대다수는 이를 ‘괜찮은 실용외교’의 상징 장면으로 평가했다. 인공지능(AI) 3대 강국을 향한 한국의 열정과 가능성도 유감없이 보여줬다.

시각을 세계로 넓혀보자. 트럼프와 시진핑 국가주석의 회동과 미중 관세 휴전도 대표적인 성과다. 트럼프의 눈흘김에 결국 ‘자유무역’이라는 용어는 빠졌지만, 어렵다고 여겨진 ‘경주선언’도 마침내 이끌어 냈다.

이번 APEC 행사의 성공 뒤에는 기업인, 특히 재계 총수의 실질적 노력이 있었다. 이 대통령조차 ‘참 잘했어요’라는 칭찬 도장을 찍어줬다.

‘APEC CE0서밋’을 진두지휘한 최태원 SK 회장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 회장, 구광모 LG 회장, 김동관 한화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 그리고 공간 부족 탓에 실명을 직접 적지 못한 다른 기업인까지…. 한미 관세협상과 맞물리면서 이번 행사는 기업과 기업인이 국가 발전의 견인차임을 재확인 받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

그렇게 파티는 끝났다, 그리고 기업과 기업인 앞에는 곧바로 냉혹한 국내 현실이 닥쳤다.

더 세지는 상법 개정안에 노란봉투법, 중대재해처벌법 등이 당장 발등의 불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5세 정년 연장의 연내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정부는 규제를 한층 강화한 온실가스대책을 곧 제시키로 했다. 기업보다는 노조, 환경단체 등의 입김이 한껏 들어간 사안들이다. 기업은 ‘시간을 달라’, ‘비현실적이다’라고 아우성이다. 정부·여당의 닫힌 귀는 좀체 열리지 않고 있다. 기업 지원법인 반도체 특별법안은 2년째 국회 계류중이다. ‘AI 3강’ 실현을 위한 에너지고속도로 건설은 지역 이기주기에 휘청댄다.

이 대통령은 거듭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고 외친다. 하지만 여권은 연일 반기업법을 제조하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층 결집을 겨냥하고 있다. 재계 한 고위 인사는 “용산과 여의도 간의 묘한 엇박자가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APEC 행사의 최고 명장면은 깐부치킨에서 열린 ‘치맥회동’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스타 젠슨 황 앤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의 만남은 그 자체가 ‘그림’이었다. 간편한 옷차림에 치킨집 한 켠에서 시민들과 농담을 주고 받고, 셀카를 찍는 그 장면들이다. 생경했지만 미소를 짓게 했다.

‘우리 기업 대장이 세계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회사 대장과 맞짱을 뜨는구나’, ‘재벌 총수도 우리와 다를 게 없구나’, ‘드라마 속 재벌 모습이 아니네’ 등등. 덤으로 골든벨까지 울렸으니. 물론 치밀한 기획과 자연스런 연출의 합작품이다. 하지만 뿌리깊게 박힌 ‘반재벌 인식’을 어느 정도 희석시킨 이벤트라고 평가한다.

내친 김에 정치권의 시각도 바뀌었으면 한다. 기업과 기업인의 기를 더 살려주자는 것이다. 대통령 앞에서도 공개적으로 ‘노’를 외칠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등 미국 기업인들은 트럼프의 정책을 수시로 공개 비판한다. 그래도 생존 걱정은 하지 않는다.

물론 재계 총수가 먼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반기업 정서의 출발점은 대기업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승계 과정에서 나타난 총수 일가의 반칙 탓이다. 법적 테두리를 넘어 국민 정서 차원 수준에서 이를 해소하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강공원을 산책하며 시민들과 맘껏 셀카를 찍는 이재용 회장, 순댓국집에서 시민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는 정의선 회장, 그리고 이들과 치맥파티를 하며 한국의 미래를 허심탄회 논의하는 이 대통령, 그런 역사적 명장면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생존하고, 더 발전할 수 있다. 과연 그런 날이 올까.

김화균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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