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
여의도 증권가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마치고 4000선 아래로 밀렸다. 인공지능(AI) 거품론 재점화와 환율 급등, 단기 급등에 따른 고평가 부담이 겹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7조원 넘게 주식을 내다팔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된 만큼 단기 조정 이후 반등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여당과 대통령실, 정부는 바짝 긴장했다. 당정대는 9일 회의를 갖고 배당소득세율을 25%로 낮추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당초 정부안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부자감세 논란에도 증시 부양만큼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 표현이다.

10일 증시에서 사천피 사수의 방패막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지난 7일 전주 대비 3.74% 하락한 3953.76에 거래를 마쳤다. 주중 4226.75까지 치솟으며 역대 최고치를 다시 썼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면서 4000선을 넘지 못한 채 마감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는 미국발 AI 버블 재점화로 추락했다. 글로벌 투자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잇달아 AI 관련 주가의 고평가 가능성을 지적하고 오픈AI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AI 투자 조달에 정부 필요성을 언급한 데다, AI 기반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 팰런티어가 호실적에도 8% 가까이 급락하면서 AI 거품론 우려가 다시 불거졌다.

여기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7일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일보다 9.2원 오른 1456.9원을 기록, 1457원에 육박했다.

환율 급등과 AI 거품론, 코스피 단기 급등에 따른 고평가 부담 등이 맞물리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 압력이 거셌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내내 매도 우위를 이어가며 총 7조243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지난 4일 순매도액(2조2280억원)은 일별 기준 2021년 8월 13일(2조6990억원) 이후 약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번주 국내 증시는 상대적으로 상승 모멘텀과 기대감이 부재한 상황으로 매물 소화 과정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 나왔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 랠리를 마치고 등락을 거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다소 완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피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직전 고점인 12.8배에서 10.8배로 내려와 최근 1년 평균(약 10.4배)을 소폭 웃도는 수준으로 떨어졌다.

정해창·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위험자산 투자 심리와 차익실현에 따라 등락 전개가 예상된다”며 “반도체, 조선·방산, 기계, 은행 등 이익 기여도 높은 모멘텀 업종은 변동성을 활용한 분할매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기량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냉정해진 시장이지만, 기다림이 필요한 구간이라고 조언한다. 주가가 많이 올랐으나, 실적 성장에 기반한 상승이며 밸류에이션은 글로벌 증시 대비 여전히 저평가돼있기 때문이다. 증시 예탁금은 사상 최고 수준인 88조원으로 대기 자금도 충분하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엔비디아 실적 발표로 AI 버블론 해소 △셧다운 해소에 따른 단기 유동성 정상화 △12월 미국 기준금리 인하가 반등의 실마리라고 제시했다.

그는 “시장에 필요한 조정기일 뿐 더 높은 상승을 위한 준비 과정”이라며 “세 가지 실마리가 해소된다면 탄탄한 펀더멘털과 풍부한 유동성에 기반한 강세장 복귀는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지영 기자(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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