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원잠’ 걸림돌… JFS 발표 지연
日, 블랙이글스 급유 지원 거절
양안, 유럽의회로 번진 신경전
북미 대화 내년 상반기 가능성
우리나라를 둘러싼 동북아 정세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한미는 조인트 팩트시트(JFS) 발표를 앞두고 막판 문구 조율에 애를 먹고 있고, 한일 양국은 국방교류가 경색되는 분위기다. 양안(중국·대만) 긴장은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으며, 북미 간 접촉은 한미연합훈련 조정이라는 민감한 변수와 맞물렸다. 여러 갈등 축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한국의 외교·안보 셈법이 한층 복잡해지는 양상이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승인한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해 한국과 미국 양측의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모양새다. 해당 협력 조항을 둘러싼 미국 내 부처(에너지·국방 등) 조율이 길어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한국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에 대한 급유 지원을 거절했다. 일본 측이 블랙이글스 특수훈련기에 대해 독도 인근 훈련을 문제 삼아 중간 급유를 거부하면서 블랙이글스팀의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에어쇼 참석이 사실상 무산됐다. 앞서 국방부와 일본 방위성은 블랙이글스팀이 일본 오키나와현 나하 기지에 기착해 급유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일본이 독도 영유권 을 문제삼았다.
이에 한국은 오는 13~15일 도쿄 부도칸에서 개최되는 '자위대 음악 축제'에 군악대를 보낼 방침이었지만 이를 보류한다는 의사를 일본 측에 전달했다. 한국군 군악대의 자위대 행사 참가는 한일 국방장관이 지난 9월 회담에서 인적 교류 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하기로 했던 사안이다. 우리 군이 불참 배경에 대해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의 급유 지원 거부가 이유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일본 내에서는 '다케시마의 날(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 행사에 각료 참석 검토 발언까지 나와 독도 이슈 재발화 가능성도 커졌다. 정상회담으로 트랙을 복원했던 셔틀외교가 '영토·안보 민감 현안'에 다시 발목 잡힐 우려가 제기된다.
중국과 대만의 양안 긴장감은 유럽의회까지 번졌다. 7일(현지시간) 샤오메이친 대만 부총통은 브뤼셀 유럽의회 행사에서 양안 안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자 중국은 "하나의 원칙 위반"이라며 강력하게 분노했다.
같은 시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현직 총리로는 처음으로 대만 유사시 일본이 집단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해상 봉쇄를 풀기 위해 미군이 오면 이를 막기 위해 (중국이) 무언가 무력을 행사하는 사태도 가정할 수 있다"며 "전함을 사용해 무력행사를 수반한다면 존립위기 사태가 될 수 있는 경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을 직접 자극할 수 있는 중대 신호로, 동중국해·대만해협 긴장을 끌어올릴 잠재력이 크다.
불안한 동북아 정세 속 북미 대화의 재개 가능성도 희미하다. 북한이 연쇄 미사일 발사로 긴장을 높이는 가운데, 국정원은 내년 3월 한미연합훈련을 분기점으로 북미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한미연합훈련이라는 걸림돌이 있다. 이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8일 "(내년 상반기) 북미 회담이 실현되려면 한미연합훈련의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한미 군사훈련을 하면서 북미 회담으로 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연합훈련 중단은 한미 양국이 사전에 합의해야 하는 문제인데다 국내에서도 첨예한 갈등 소재여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다.
동북아 외교 질서가 소리없는 소용돌이 속에 들어간 모양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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