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노보 노디스크와 치열한 인수전을 벌인 끝에 비만약 스타트업 멧세라를 품에 안게 됐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잇따라 비만 치료제 개발 기업에 투자와 인수에 나서는 흐름 속에서, 이번 거래가 시장 경쟁 구도를 한층 뜨겁게 달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화이자는 비만 치료제 개발사 스타트업 멧세라를 100억달러 이상(약 14조5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인수 합의에 따라 화이자는 주당 86.25달러를 멧세라에 지급한다. 65.60달러의 현금 지급에 20.65달러의 조건부 가치권(CVR)을 더했다. CVR은 미리 정한 성과 등을 달성했을 경우 추가로 지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화이자는 13일(현지시간) 주주총회에서 인수안이 승인되면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화이자는 성명을 통해 “멧세라의 신약 개발이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우리의 임상, 제조, 판매 인프라 구조를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빅파마를 맞붙게 한 멧세라는 2022년 설립된 비만치료제 개발 스타트업이다.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먹는 약 형태의 비만약을 모두 개발하고 있다. 아직까지 시판 중인 제품은 없다. 다만, GLP-1 수용체 작용제인 주사제 ‘MET-097i’가 임상 2상에서 월 1회 투여만으로 최대 14.1%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빅파마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현재 비만약 강자인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모두 주 1회 투여해야 한다. 이에 반해 멧세라의 주사형 비만 치료제는 한 달에 맞으면 돼 투약 편의성이 높다. 시장 분석 업체들은 멧세라의 신약 후보물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을 경우 연매출 50억달러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화이자와 노보 노디스크는 멧세라 인수전에서 잇따라 가격을 높이며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올해 9월 화이자는 49억달러(7조1000억원)를 들여 멧세라를 인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향후 지급액을 포함하면 최대 73억달러까지 금액이 올라간다. 여기에 노보 노디스크는 총 90억달러(약 12조8600억원) 규모의 인수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다 화이자는 노보 노디스크의 멧세라 인수는 경쟁을 억제하기 위한 반독점적 행위라고 소송을 걸었다. 결국 멧세라는 화이자의 품으로 돌아가게 됐고 인수 금액은 약 두 달 만에 두배로 커졌다.
앞서 지난해 아스트라제네카가 스위스 비만 치료제 개발 바이오텍 식스픽스 바이오에 1억1000만달러를 투자하며 비만 치료제 시장에 진출한 데 이어 이번 인수까지 더해지며 비만 치료제 시장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와 관심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한국 제약사들과 바이오 테크들도 앞다퉈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한국에서도 멧세라와 같은 기업이 나오려면 개발 기업 각자가 뚜렷한 차별점과 임상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멧세라와 같이 장기 지속형이나 경구제로서 뚜렷한 강점을 갖고 있거나 글로벌 임상 2상 이상의 성과로 약효를 명확히 보여주거나 새롭게 시도할 가치가 있는 신규 메커니즘을 가져야 기술이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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