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조율로 지연… 발표 오리무중
韓, 국내 건조 연료 미국서 반입
美, 필리서 제작… 핵 확산 우려
안규백 “자주국방 목적… 방어형”
한미정상회담 이후 곧 발표될 것이라던 한미 조인트 팩트시트(JFS·공동 설명자료)가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당초 우리 정부는 지난주 팩트시트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 측 내부 검토와 핵추진 잠수함 관련 등과 관련해 문구 조율이 길어지며 발표 시점이 오리무중에 빠진 모습이다.
9일 안규백 국방장관은 KBS ‘일요진단 라이브’에 출연해 조인트 팩트시트가 “완성 단계에 다다랐고 금명간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지난주에 자료가 나올 예정이었지만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 문제가 나와 미국 내 부처 간 조율이 필요하다”고 발표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안 장관은 미국 내 부처간 의견조율을 앞세웠지만 한미간 이견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관건은 핵추진 잠수함으로 보인다.
안 장관은 팩트시트가 나오게 되면 핵추진 잠수함의 한국 내 건조 내용이 포함될 가능성엔 “(건조를) 국내에서 하는 게 여러 가지 합리적 조건에 부합하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고 이야기했다”며 “팩트시트가 빨리 안 나오는 것에 대해서도 미국으로 귀국하면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헤그세스 장관이 한국의 핵잠 건조를 지원하는 게 맞냐는 물음에는 “그냥 지원도 아니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조율’의 범위다. 정치권에 따르면 팩트시트 조율에서 관세·투자·무역 등 경제 분야는 이미 합의가 끝났지만, 핵잠 협력 조항을 둘러싸고 세부 문구와 표현 정리가 길어지고 있다.
핵연료 공급 경로와와 건조 장소를 국내로 할지, 미국 내로 할지 등을 두고 양국의 입장차가 발생하며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팩트시트엔 지난달 29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핵잠 도입과 한국의 ‘우라늄 농축·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미국이 지지한다’는 취지의 문안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이 한미가 추진한 4일 팩트시트 발표 전 관계 기관의 이견에 따른 검토를 위해 발표 연기를 요청했다.
대통령실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나 “안보 분야에서 일부 조정이 필요해 얘기가 진행되는 상황”이라고 전한 바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안보 분야의 경우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그대로 발표해도 될 만큼 문구가 완성됐었지만, 회담에서 새로운 얘기들이 나와 이를 반영할 필요성이 생겼다”며 “현재는 새 이슈에 대한 조정도 대체로 마친 상태인데, 미국에서 문건을 검토하면서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는 작업을 하느라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했다.
관계자는 구체적인 원자력잠수함 건조 방법과 관련해 선체 및 원자로는 한국에서 만들고 연료로 쓰이는 농축 우라늄은 미국에서 들여오겠다는 것이 현재 정부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선체 건조 장소를 미국의 ‘필리조선소’로 거론하며 혼선이 생긴 것에 대해서는 “(한미) 정상 간 대화에서는 한국에서 짓는 것으로 논의한 사안”이라며 “(정상회담 대화에 대한) 기록을 보면 이재명 대통령은 ‘우리가 여기(한국)에서 짓는다’라고 말한 부분이 나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내 핵확산 우려가 큰 것도 지연의 한 이유로 꼽힌다. 안 장관은 핵확산 방지 등을 이유로 주변국들이 반발할 수 있다는 지적엔 “핵잠 건조 목적은 자주국방이며 특정 국가를 지목해서 공격하거나 특정 국가를 지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며 “우린 공격형이 아니라 방어형”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팩트시트에 어떻게 담을지도 조율이 필요하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당시 한미정상회담에서 연 200억달러 한도 규모의 대미 투자, 자동차·의약품 관세 인하, 반도체 공급망 협력, 원잠 건조 협력 등을 포함한 내용을 조율해왔다.
그러나 애초 김용범 정책실장이나 강훈식 비서실장이 정상회담 이후 근 시일 내 팩트시트가 나올 것이라고 설명하던 것과 달리 발표가 지연되자 외교성과가 흔들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은 정부를 ‘양치기 소년’이라고 비판하는 상황이다.
대통령실은 7일 기자단에 안내문을 보내 “팩트시트는 상대국이 있는 문제로 일방적으로 확정 시점을 단정하기 어렵다”며 “현재 양국 협의는 원만하게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다.
이는 강 실장이 국회 운영위 국정감사에서 “이번 주를 넘기진 않을 정도”라고 발언한 뒤 일각에서 ‘지연 책임론’이 제기되자 이를 진화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관세·투자 등 경제 조항이 마무리됐더라도, 핵추진 잠수함 협력이라는 안보 사안이 완전히 정리되지 않는 한 팩트시트 발표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온 ‘경제·안보 복합 외교’의 첫 결실이 예정보다 늦어지며, 외교 무대에서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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