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경찰서 가혹행위·증거조작”…33년만에 재심서 무죄

이춘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춘재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의 9차 사건 범인으로 몰려 옥살이를 한 뒤 암으로 사망한 고(故) 윤동일 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5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다음 달 개시된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류승우 부장판사)는 윤씨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오는 12월 16일로 잡았다.

윤씨 유족이 지난 2023년 6월 소장을 법원에 제출한 지 2년 반 만에 첫 변론이 시작되는 것이다. 당초 이 사건은 지난해 2월 첫 기일이 정해졌으나 몇 차례 날짜가 변경되며 첫 변론이 미뤄졌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윤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손해배상 소송을 개시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윤씨는 1991년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기소돼 그해 4월 23일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고, 이듬해 형이 확정됐다.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입건된 당시 그는 이춘재 살인사건 9차 사건의 용의자로 몰린 바 있다.

다행히 9차 사건 피해자 교복에서 채취된 정액과 윤씨의 혈액 감정 결과 불일치가 나오면서 살인 혐의를 벗었으나, 당시 수사기관이 조작된 별도 사건인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윤씨를 기소했다는 게 윤씨 유족의 입장이다.

윤씨는 이 사건으로 수개월간 옥살이를 해야 했으며, 집행유예 선고로 출소한 이후 암 판정을 받았다. 암 투병 생활을 하던 그는 26세이던 1997년 사망했다.

이 사건을 조사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22년 12월 “경찰의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불법체포·가혹행위·자백 강요·증거 조작 및 은폐 등 불법적인 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윤씨 유족은 재심을 청구하고 국가 상대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재심을 심리한 수원지법 형사15부(정윤섭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피고인이 경찰에서 한 자백은 불법 구금과 강압 수사로 인한 정황이 있는 점 고려하면 신빙성이 없다”며 유죄 확정 33년 만에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정용석 기자(kudlj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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