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이한 일’을 기록한 지괴 소설… ‘산해경’이 원류
‘수신기’(搜神記), ‘열이전’(列異傳), ‘유양잡조’(酉陽雜俎), ‘요재지이’(聊齋志異) 등이 대표작
‘문언(文言) 소설’의 한 종류… 동아시아 문화 전반에 큰 영향
‘천녀유혼’(倩女幽魂), ‘화피’(畵皮), ‘백사대전’(白蛇傳說) 등 영화로도 제작돼
중국에는 요괴(妖怪)와 귀신(鬼神)이 등장하는 소설이나 영화가 많다. 그 원류가 바로 기원전 6세기경 만들어진 ‘산해경’(山海經)이다. 산해경은 고대 신화와 전설을 모아놓은 신화집이자 중국의 산천과 동물, 조류, 풍속 등을 기록한 최초의 지리서이기도 하다. 원래 23편이었으나 지금은 ‘여왜보천’, ‘과보추일’, ‘정위진해’, ‘형천쟁재’ 등 18편이 전해 내려온다. 대우의 치수사업 이야기, 후예가 태양을 향해 활을 쏜 이야기, 황제가 치우를 붙잡은 이야기 등은 다 산해경에서 유래한 것이다.
‘아큐정전’을 쓴 중국 근대의 대문호인 노신(루쉰)은 산해경을 ‘고대의 무서(巫書)’라 했다. 반면 ‘사기’를 저술한 사마천은 진한 시대에 신선술을 주장했던 방사(方士)들의 황당하고 불경스러운 책으로 보았다.
산해경의 신화는 위진남북조 시대의 ‘지괴(志怪)’ 소설로 이어진다. 천하대란 혼돈의 시대, 민중들은 요괴와 신선의 이야기로 삶의 고달픔을 달래고자 했다. 중국에서 ‘소설’(小說)이라는 단어가 처음 보이는 문헌은 ‘장자’(莊子)의 ‘외물편’(外物篇)이다. 장자는 “작은 이야기를 꾸며서 높은 벼슬을 구하는 것은 큰 도에 이르기에는 또한 먼 것이다”( 飾小說以干縣令·其於大達亦遠矣 식소설이간현령·기어대달역원의)이라고 했다. 여기서 ‘소설’은 자질구레하고 하찮은 이야기란 뜻으로, 현대의 소설과는 의미가 다르다.
중국은 산문보다는 시가 문예의 주류였다. 그래서 소설이 크게 발달하진 않았지만 ‘이야기 형태’의 소설은 고대부터 존재했다. 중국 고전소설은 크게 ‘문언(文言) 소설’과 ‘백화(白話) 소설’로 나뉜다. 문언 소설은 일상 언어와는 거리가 있는 문어체인 문언문(漢文)으로 기록된 것이며, 구어체인 백화문으로 쓰인 게 백화 소설이다.
문언 소설의 내용은 ‘산해경’과 같은 신화에서, 형식은 ‘사기’와 같은 역사서에서 영향을 받았다. 문언소설의 초기 형태는 위진남북조 시대의 ‘지괴(志怪) 소설’과 ‘지인(志人) 소설’이다.
지괴는 ‘괴이한 일을 기록한다’는 뜻으로, 귀신, 요괴, 신선, 기이한 사건 등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담고 있다. 도교의 방사 계층이 주 저자다. 지인은 ‘사람에 관한 일을 기록한다’는 의미로, 실재 존재했던 인물에 관한 재미있는 일이나 특이한 사항을 기록했다. 지인 소설은 인물품평의 성격이 강했다.
‘신화’와 ‘역사’의 서사 전통을 이은 지괴 소설은 단순하고 길지 않다. 주 저자인 방사 계층의 관심 대상은 귀신의 세계다. 따라서 지괴소설은 귀신에 관한 내용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노신은 “당시에는 이승과 저승이 비록 다르지만 인간과 귀신이 모두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여겼기에 인간세계의 일상사를 기록하는 것에 관해 진실과 망령됨의 구분이 없었다”고 했다.
지괴 소설의 대표적 작품으로는 동진의 간보가 지은 ‘수신기’(搜神記), 조조의 아들 조비가 쓴 ‘열이전’(列異傳), 조충기의 ‘술이기’(述異記), 당 나라 단성식의 ‘유양잡조’(酉陽雜俎) 등이 있다.
지괴 소설은 제재에 따라 몇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신괴류’(神怪類) 작품이다. 귀신과 관련된 고사를 기록한 것이다. 조비가 편찬한 ‘열이전’은 최초의 지괴소설집이다. 한 소녀가 커다란 뱀을 퇴치하는 ‘이기살사’ 등의 이야기를 담은 ‘수신기’는 신괴류의 대표적 작품이다.
둘째는 ‘박물류’(博物類)다. 중국 고대의 신화책으로 이국의 풍속과 사물, 신들의 계보, 온갖 괴물 등이 등장하는 산해경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대표작으론 온갖 신화와 잡설, 진귀한 물산이 나열된 장화의 ‘박물지’가 있다.
셋째 ‘신선류’(神仙類) 작품이다. 신선이나 선품(仙品)에 대한 고사를 설명한 것으로, 갈홍의 ‘신선전’이 대표작이다. 넷째는 불교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부처의 위력을 찬양하며, 인과응보와 윤화사상을 고취하는 내용으로 남조 송 유의경의 ‘유명록’ 등이 있다.
지괴 소설은 후에 당의 전기(傳奇)에 영향을 줬고, 송대 홍매의 ‘이견지’와 청대 포송령의 ‘요재지이’(聊齋志異)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괴 소설의 모태인 요괴 이야기는 많은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배우 장국영과 왕조현이 주연한 ‘천녀유혼’(倩女幽魂), 요재지이에 수록된 단편을 원작으로 한 ‘화피’(畵皮), ‘백사대전’(白蛇傳說), ’서유기‘(西遊記) 등이 대표적이다.
중국의 지괴 소설은 단순한 옛이야기를 넘어 당시 시대상과 사람들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학 유산이다. 동아시아 문학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친 원류라고 할 수 있다.
강현철 논설실장(hckang@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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