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 창립 50주년 기념...김재관 초대 소장 흉상 제막식
아내 “죽기 전에 해야 일” 회고..‘세상기준 만드는 표준’ 비전
"그 양반은 '국가표준'에 참으로 애정이 많았던 사람였죠. 헌법에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는 문구가 들어갔을 때 그렇게 기뻐했던 적을 평생 보지 못했어요."
6일 오전 대전 유성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세종홀에서는 매우 특별하고 의미있는 행사가 마련됐다. 표준연 초대 소장을 역임한 고(故) 김재관 소장의 흉상 제막식이 표준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 앞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김 소장의 아내인 양혜숙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과 아들인 김원준 삼성글로벌리서치(KAIST 교수)도 참석했다. 구순 나이에도 정정한 모습으로 마이크를 잡은 양 이사장은 10분 가량 또렷한 목소리로 평생 반려자였던 남편 김 소장에 대해 회상했다.
양 이사장은 "김 박사는 표준과학연구원을 아마 제일 많이 사랑하셨던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제가 표준이 뭐가 그렇게 중요한데'라는 질문에 '쌀 한 되박'과 '고기 몇 근' 등을 비유하며 국가가 하는 제일 중요한 일이며 경제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지중지했던 '표준'이라는 말을 헌법에 넣기 위해 연구자임에도 매일 같이 국회를 다니셨고, '내가 하고 죽어야 하는 일'이라고 했을 정도였다"며 "나중에 헌법에 '표준'이라는 문구가 들어갔을 때 얼마나 좋아하고 기뻐했는지 모른다"고 헌법에 '표준'이라는 단어를 넣기 위해 노심초사했던 남편의 일화를 소개했다.
김 소장의 노력 덕분에 정부는 1980년 10월 '국가는 국가표준제도를 확립한다'는 문구를 헌법 제127조에 명문화했다. 그 때가 표준연이 문을 연 지 5년 되던 해였다.
1933년 태어난 김 소장은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뮌헨공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66년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설립 당시 18명의 해외 유치과학자 중 유일한 독일 유학 과학자로 한국에 돌아왔다.
KIST에서 제1연구부장을 맡아 한국의 철강 육성방안을 작성해 제철소 설립 기반을 마련했고, 한국 최초 종합제철소 건설사업을 주도했다. 이 과정에서 일본 기술 전문가들의 우려에도 고로 방식의 한국 최초 일관제철소 '포항종합제철소' 설립 계획을 관철시킨 일화는 오늘까지 전해지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과거 상공부의 초대 중공업차관보로 임명돼 '포니' 자동차 고유 모델 개발 중심의 자동차 산업 정책을 추진했다. 오늘날 자동차를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 키우는 씨앗을 뿌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관보에서 물러난 김 소장은 1975년 한국표준연구소 설립을 지휘했고, 초대 소장과 2대 소장을 맡아 국가표준 기반을 마련하는 커다란 역할을 했다.
2017년 향년 84세로 별세한 김 소장은 2023년 과학기술유공자로 지정돼 지난해 국립묘지에 안장돼 과학계의 귀감이 되는 영원한 과학자로 존경받고 있다.
표준연은 지난해 김 소장의 과학과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기기려 연구원 연못 근처에 그의 아호인 '우정'을 딴 정자를 조성했다. 이어 이날 흉상 제막식까지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새로운 50년 도약을 다짐하는 계기로 삼았다.
표준연은 대덕특구 1호 입주 연구기관으로 둥지를 튼 이후 지난 50년 동안 국가표준 체계 확립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산업 발전을 측정표준과 측정기술 역량을 통해 뒷받침해 왔다.
이날 대강당에서 열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는 '세상의 기준을 만드는 표준연(KRISS)'이라는 미래비전 2035가 제시됐다.
표준연은 이를 실현하기 위해 3대 발전 방향과 8대 발전전략을 통해 대한민국 기술주도 성장을 이끌어 갈 계획이다.
이호성 표준연 원장은 "측정 불모지에서 이룩한 반세기의 성과는 설립 초기 유치과학자들의 헌신과 구성원들의 끊임없는 노력이 만든 결과"라며 "앞으로의 50년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상의 기준을 만드는 글로벌 표준기관으로 자리매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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