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이틀간 5.1조 팔아
개인 5.6조 순매수로 응수
시장 조정장세 여부 촉각
코스피 지수가 5일 미국 증시를 덮친 ‘인공지능(AI) 거품’ 공포에 무너졌다. 외국인이 ‘매도 폭탄’을 던지면서 장 초반 6% 이상 빠지기도 했지만, 개인 투자자의 매수세로 4000선은 가까스로 지켰다. 시장에서는 이날 급락이 조정장세인지, 추세적 하락세인지를 놓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117.32포인트(2.85%) 내린 4004.42로 장을 마감했다. 이날 장중 3867.81까지 떨어지며 코스피와 코스닥 양 시장에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이 정지되는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전날에 이어 이날 코스피를 지킨 것도 개미였다. 개인 투자자는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2조4000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이틀간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5조60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외국인 투자자는 이틀 연속 5조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전날 2조5000억원어치 주식을 판 외인은 이날 2조6000억원을 추가로 팔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달러 강세에 외국인 매도가 겹치며 원·달러 환율이 1449.4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그동안 코스피 상승을 주도했던 반도체와 전력기기, 조선, 방산, 지주 등의 업종에 차익실현 압박이 강화됐다.
삼성전자 주가는 4.1% 하락했고, SK하이닉스도 1.19% 하락하며 60만원 선을 내줬다. 이밖에 LG에너지솔루션,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등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전문가들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빅테크 실적 등 주요 이벤트가 끝나고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 장기화 등의 불확실성 요인이 차익 실현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기술적으로는 코스피와 20일 이평선 간의 이격도가 주초 2000년 이후 가장 높은 411.8포인트까지 벌어졌지만 132.1로 축소됐다.
팔란티어의 3분기 실적과 가이던스가 ‘역대급’을 기록했지만, 시장에서는 지나친 선반영과 450배까지 높아진 주가수익비율(PER) 등을 더 크게 반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지연 전망 역시 조정 폭을 높였다는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특히 코스피는 최근 가격조정 없이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오면서 차익실현 압력이 증가했다”며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가 3500을 넘어선 지난달부터 선물 매도세를 보였고, 3800선을 넘어선 지난달 20일 이후에는 현물에서도 매도 우위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조정이 장기적 하향 추세로의 전환점이 되지는 않을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 훼손에 따른 시장 조정이 아닌 만큼 하락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서명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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