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0선까지 빠졌다가 회복… 삼성전자, 이틀간 -10%
국내 증시가 사상 최고치 랠리 이후 급격한 조정을 받았다. 코스피는 5일 장중 한때 6% 넘게 밀리며 3900선 아래로 내려갔다가 가까스로 4000선을 지켰다.
최근 급등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진 데다 인공지능(AI) 버블 우려와 미국 증시의 차익실현 매도가 맞물리며 외국인 매도세가 쏟아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하락을 추세 전환이 아닌 ‘강세장 내 숨 고르기’로 진단하며, 12월을 기점으로 재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장 대비 117.32포인트(-2.85%) 하락한 4004.42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4055.47로 개장한 직후 3867.81(-6.16%)까지 급락했다가 오후 들어 낙폭을 줄이며 4000선을 사수했다.
국내 증시 약세는 AI 버블 우려와 밸류에이션 부담이 맞물린 결과다. 4일(현지시간) 팔란티어는 3분기 매출 11억8000만달러(약 1조7000억원), 주당순이익 21센트를 기록하며 시장 예상치를 모두 웃돌았다. 그러나 한껏 높아진 투자자들의 기대를 채우지 못하면서 차익실현 매도가 쏟아졌고, 이 과정에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됐다. 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지연 전망과 AI 거품론, 사상 최대 기간의 셧다운 우려 등이 겹치며 글로벌 증시 전반에 조정세가 확산됐다.
미국 증시의 약세는 국내 증시에도 타격을 끼쳤다. 특히 최근 가격조정 없이 사상 최고치 랠리를 이어왔던 코스피는 이날 차익실현 압력이 증가, 외국인의 매도세가 쏟아졌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조6098억원을 내다팔았다. 반면 개인은 외국인이 내던지는 매물을 모두 받아냈다. 이날 하루 동안만 2조4176억원을 사들였다.
그간 국내 증시의 상승을 주도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거래일 연속 약세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전일 시가 대비 이날 9.7% 추락했고 SK하이닉스는 5.23% 하락했다. 이를 비롯해 이날 두산에너빌리티(-6.59%), HD한국조선해양(-6.34%), 한화에어로스페이스(-5.94%), HD현대일렉트릭(-5.45%) 등도 주가가 밀렸다.
전문가들은 이번 코스피 하락세를 추세전환이 아닌 최근 급등에 따른 단기 과열해소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본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AI와 기술주 모멘텀이 견고하고 국내와 미국 증시의 급락을 유발한 팔란티어의 실적 또한 펀더멘털과 이익 성장이 견조하기 때문이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4000포인트 돌파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달성한 가운데 국내외 실적시즌과 맞물리며 밸류에이션 논란에 직면했다”며 “차익실현 압력 증가 및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했던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연준 추가 금리인하 기대감이 약화되고 APEC 정상회의 모멘텀도 소멸됐다”고 부연했다. 이어 “한국 증시는 여전히 강력한 강세장을 진행하고 있고 상승 폭이 가팔랐던 만큼 조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증시 조정이 단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도 “최근 주식시장의 하락 원인은 차익 실현을 위한 매도 강세로 인한 것”이라며 “AI 관련주 중심의 급등세 이후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지면서 일어난 현상”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11월은 보수적인 대응을 유지하되 12월 초중순부터 다시 강세장이 재개될 것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과거 국내 증시에서 강세장에 진입했을 때 200일 부근에서 단기 조정이 진행된 바 있어서다. 이번 조정은 통계적으로 예견된 구간이라는 게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는 “현재 조정은 강세장 내 전형적인 숨 고르기 국면으로 통상 조정 이후 3개월 내에 반등이 나타났다”며 “12월 초 이후가 다음 상승 사이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3.0 라운드 성장정책과 국민성장펀드, 연기금의 투자 확대가 증시 유동성을 뒷받침할 것”이라며 “반도체·AI·2차전지 등 핵심 산업의 실적 모멘텀도 여전히 견조하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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