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의 한 푸드뱅크 앞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소득이 끊긴 공무원들이 ‘푸드뱅크’로 몰리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미국 시카고의 한 푸드뱅크 앞에서 시민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셧다운이 장기화되면서 소득이 끊긴 공무원들이 ‘푸드뱅크’로 몰리고 있습니다. AP 연합뉴스

미국 연방정부의 기능 일부가 중단되는 ‘셧다운’(업무 정지) 사태가 5일(현지시간) 역대 최장(36일)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을 둘러싼 공화·민주당 간 이견으로 임시예산안 처리가 불발돼 지난달 1일 시작된 이번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시민들이 체감하는 불편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연방 상원에서는 공화당의 임시예산안에 대한 14번째 표결이 이뤄졌지만 찬성 54대 반대 44로 또다시 부결됐습니다. 민주당이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 공화당은 법안 통과에 필요한 60표를 또 확보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은 공화당이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 연장에 동의해야 임시예산안을 처리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공화당은 일단 정부를 정상 가동한 다음에 논의하자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의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서 오바마 케어 보조금 지급이 연장되지 않으면서 “오바마 케어를 이용하는 평균적인 미국 국민이 부담해야 할 돈은 114% 늘어나고 400만명의 미국인은 건강보험 혜택을 완전히 잃게 된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을 강하게 압박했습니다.

반면 공화당 소속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엑스에서 민주당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는 성실한 미국인들의 고통보다 급진 좌파 지지층의 반발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민주당이 예산안 처리에 반대해 촉발된 셧다운 사태로 연방정부 공무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이죠.

공화당과 민주당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셧다운은 결국 5일부로 36일째에 접어들며 최장 기록을 세웠습니다. 종전 최고 기록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세워졌었지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의회를 통과한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이 불충분하다고 판단,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셧다운 사태는 2018년 12월 22일부터 이듬해 1월 25일까지 35일간 이어졌습니다. 당시 셧다운은 장벽 건설 비용을 제외한 임시예산안이 통과되면서 끝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트럼프 2기 행정부 첫해에 셧다운이 다시 시작되면서 연방정부 공무원 수십만명이 무급 상태에서 일하거나 강제로 휴직하는 상태가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항공 운송 차질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현재 항공관제사 1만3000명은 필수 인력으로 분류돼 무급으로 일하고 있지만 셧다운이 장기화하면서 관제사들이 결근하거나 휴가를 가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 주요 공항에서 항공편 지연·결항이 잇따르고, 승객들의 공항 대기 시간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숀 더피 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회견에서 셧다운이 다음 주에도 이어지면 “대혼란과 무더기 항공편 지연, 대규모 결항 사태를 보게 될 것이다. 관제 인력이 부족해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어 특정 공역(air space)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취약계층 4200만명을 대상으로 한 식비 지원 프로그램도 재원 고갈로 위태로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연방정부의 비상기금을 활용해 프로그램 운영을 이어가라고 명령했지만, 현 비상기금은 11월 프로그램 운영비 90억달러(약 13조221억원)의 절반 수준에 불과합니다.

양당이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는 가운데 4일 치러진 지방선거 결과가 셧다운 사태에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해 국정운영에 대한 민심의 평가를 가늠할 풍향계로 주목받은 버지니아·뉴저지 주지사 선거와 뉴욕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모두 승리해 트럼프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에 ‘견제구’를 던졌습니다. 특히 미국 최대 도시이자, 자본주의의 ‘심장’ 격인 뉴욕에서는 진보 아이콘인 조란 맘다니(34) 뉴욕주 의원이 시장에 당선됐습니다. 무슬림이 뉴욕 시장에 당선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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