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논설위원
미국이 가자지구에서 최소 2년간 주둔할 ‘국제안정화군’(ISF) 창설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미 언론 악시오스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ISF는 가자지구 관리와 안보 제공을 위한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필요시 주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은 내년 1월 첫 ISF 병력을 가자지구에 배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한 협상을 조만간 마무리할 계획이다.
ISF 임무는 세 가지다. 첫째, 이스라엘·이집트와 맞닿은 접경지대를 관리해 민간인 안전과 구호물자 통로를 확보하는 것. 둘째, 팔레스타인 경찰을 훈련시켜 함께 작전을 수행해 지역 치안 역량을 강화하는 것. 셋째, 하마스 등 무장단체의 무기 폐기와 재무장 방지를 통해 가자지구를 실질적으로 비무장화하는 것이다. 이는 하마스가 자발적으로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경우, ISF가 직접 무장 해제를 실행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안에는 중요한 장치도 포함됐다. 바로 ‘평화위원회’라는 과도 행정기구다. 이 위원회는 가자지구 재건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자금을 배분하며, 비정치적 기술관료 중심의 임시행정기구를 감독·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개혁을 완료하고 승인받기 전까지, 평화위원회가 가자지구의 행정과 재건을 실질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위원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맡는다.
그렇다면 미국의 의도는 무엇일까. 첫째, 이스라엘의 군사·행정 부담을 완화하고 책임을 다국적 체제로 분산하려는 전략이다. 전면적 점령 상태를 지속하기엔 이스라엘의 인적·재정적 부담이 너무 크다. 미국은 ISF를 통해 안보 관리의 주체를 국제사회로 확대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직접 개입하지 않고도 안정적인 통제 구조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둘째, 하마스의 재기를 원천 봉쇄하려는 목적이다. 셋째, 중동 내 영향력 재정립과 강력한 ‘조정자’로서의 위상 강화다. 미국이 단순히 안보 후원국을 넘어 가자지구 통치와 재건 질서를 설계하는 ‘중동의 건축가’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넷째, 아랍 국가들과의 관계 재조정이다. 이집트, 요르단,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 주요국을 참여시켜 이스라엘-아랍 간 긴장을 완화하고, 동시에 미국 중심의 협력 구도를 복원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마지막으로, 가자지구를 포함한 지역경제 회랑 구축이라는 장기적 포석도 깔려 있다. 가자지구 재건과 인프라 개발은 단순한 인도주의 차원을 넘어, 중동을 잇는 새로운 경제·물류 허브를 구축하려는 미국의 큰 그림 속에 포함돼 있다.
결국 이번 ISF 구상은 중동 질서 재편의 ‘미국식 해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장벽은 높다. 파병 국가 구성과 규모, 작전권 범위, 하마스 및 기타 무장단체의 수용 여부, 이란의 반발, 이스라엘 내 정치적 거부감 등 복합적 변수가 산적해 있다.
ISF는 평화를 위한 방패일 수도, 불안을 야기할 창일 수도 있다. ISF가 가자지구에 안정을 가져올 지, 아니면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지는 국제사회의 대응과 지역 정세 향방에 달려 있을 것이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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