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퍼플렉시티에 ‘AI 쇼핑 기능 중단’ 요구
퍼플렉시티 거부하며 AI 혁신 경계선에서 충돌
‘제로 클릭 쇼핑 시대’… 사활 건 플랫폼 경쟁
韓도 쿠팡·네이버·지마켓 등 AI 활용 놓고 격전
세계 이커머스 시장이 ‘AI 쇼핑 에이전트’를 둘러싸고 주도권 경쟁에 돌입했다. 최근 아마존이 인공지능(AI) 검색기업 퍼플렉시티에 자사 플랫폼에서 이용자를 대신해 구매를 수행하는 AI 기능을 중단하라고 요구한 것은 단순한 기업 간 갈등을 넘어 이커머스 산업의 주도권을 둘러싼 근본적 변화를 예고한다.
◇‘제로 클릭 쇼핑’ 시대, 이커머스 빅테크 위기감
이번 사태의 표면적인 이유는 ‘약관 위반’이다. 아마존은 퍼플렉시티의 AI 웹브라우저 ‘코멧’(Comet)이 이용자를 대신해 제품을 주문하면서 이를 명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이는 컴퓨터 사기에 해당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시장의 해석은 다르다. 진짜 쟁점은 ‘AI 에이전트’가 주도하는 ‘제로 클릭 쇼핑(Zero Click Shopping)’ 시대의 도래를 어떻게 보느냐다.
그동안 소비자는 아마존, 쿠팡, 네이버쇼핑 등 각 플랫폼에 직접 접속해 상품을 검색하고 결제했다. 그러나 AI 에이전트는 명령 한 번으로 여러 쇼핑몰을 탐색하고 최적의 가격과 조건을 찾아 대신 결제까지 수행한다.
다시 말해, 소비자가 더 이상 특정 플랫폼에 머물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아마존 같은 유통 빅테크 입장에선 이는 생존을 위협하는 변화다. 트래픽이 줄고, 광고 노출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이는 수입과 직결된다.
당연히 유통 빅테크들의 추천 알고리즘은 가치가 떨어지게 된다. 무엇보다 데이터 주권이 외부 AI 모델로 넘어간다. 아마존이 자체 AI 보조도구 ‘루퍼스’(Rufus)와 구매 대행 기능 ‘바이포미’(Buy for Me)를 서둘러 개발 중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반면 퍼플렉시티 같은 AI 모델 개발사들은 이를 ‘기술적 진화’라고 강조한다. 이용자의 구매 결정을 돕는 것이 아니라, AI가 새로운 구매 주체로 떠오르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퍼플렉시티는 아마존의 요구에 대해 “AI는 이용자가 쥔 렌치와 같은 도구일 뿐, 대기업이 이를 통제할 권리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제 AI가 소비자와 플랫폼 사이에 새로운 ‘중개자’로 등장하면서, 누가 시장의 게이트키퍼가 될지를 둘러싼 전면전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협력과 충돌, 규제의 향방은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갈등이 향후 AI 상거래 생태계의 방향을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드마켓은 글로벌 AI 기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올해 8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앞으로 소비자는 AI 에이전트에게 “가성비 좋은 무선 이어폰을 사줘”라고 말하면, 에이전트가 여러 플랫폼을 비교 분석해 선택하고 결제까지 마치는 ‘멀티 플랫폼 쇼핑’이 일반화될 전망이다. 이는 유통 빅테크가 그동안 유지해온 ‘폐쇄형 생태계’의 균열을 의미한다.
이에 맞서 아마존, 월마트, 알리바바 등은 외부 AI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장형 AI 에이전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사 플랫폼 안에서 AI가 검색·추천·결제까지 맡는 ‘AI 통합 커머스’ 전략이다. 이는 결국 외부 AI 모델과의 협력보다는 견제를 위한 움직임이다. AI 쇼핑 에이전트 활용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미다.
AI 에이전트가 상거래를 대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법적·윤리적 논쟁도 불가피하다. 구매 투명성, 개인정보 활용, 그리고 특정 플랫폼 편향 문제 등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각국 규제당국이 AI 에이전트의 ‘구매 대행’ 행위를 어디까지 허용할지에 따라, 산업의 속도와 방향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도 ‘AI 쇼핑 전쟁’ 돌입
이 같은 흐름은 한국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아직 국내 AI 모델 개발사가 이커머스 플랫폼에 쇼핑 에이전트를 적용하는 사례는 없다. 반면 이커머스 플랫폼 사들의 방어적 AI 적용 움직임은 활발하다. 네이버는 검색·결제·리뷰 데이터를 통합한 AI 쇼핑 에이전트를 내년 상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생성형 검색과 연계해 AI의 맞춤형 추천 기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쿠팡은 AI 에이전트보다는 AI를 이용한 물류 효율화와 운영 자동화에 집중하고 있다. 지마켓은 자체 AI 모델을 보유한 중국 알리바바와의 협력을 통해 AI 기반 상품추천·가격예측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AI가 쇼핑의 출발점이자 결제 주체로 대두하면서 이커머스 플랫폼은 더 이상 ‘쇼핑몰’이 아니라 ‘AI 생태계’의 일부로 돼가고 있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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