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순대외자산 안정화 가능성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 발표

[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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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순대외자산(NFA)이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넘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수지 흑자 누적과 주식 등 거주자 해외투자 확대가 맞물리면서 대외채권국 지위가 강화된 결과다. 이에 대외 건전성은 강화됐지만 자본 해외유출이 이어지며 국내 투자 기반이 약화되고 환율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5일 발표한 ‘순대외자산 안정화 가능성 평가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우리나라 NFA가 1조달러를 넘어서며 GDP의 55.7%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해 말(58.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대외금융자산이 부채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우리나라 NFA는 2014년 3분기부터 플러스로 전환됐다. 지난해 말에는 사상 처음 1조달러를 돌파했고, 20년 사이 자산은 7배(2조7000억달러) 이상 늘어난 반면 부채는 3배(1조6000억달러) 증가에 그쳤다.

NFA 확대는 경상수지 흑자 누적이 이끌었다. 2000년대 이후 누적 흑자 1조1539억달러 중 대부분이 해외순투자로 유출되며 NFA를 끌어올렸고, 외환보유액 증가도 이에 기여했다.

반면 자산평가(Valuation) 효과는 과거 대체로 NFA를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다만 최근 들어 해외 주식 비중 확대와 미국 증시 강세에 따라 마이너스 효과가 완화됐다. 과거에는 대외부채의 주식 비중(38.7%)이 자산(13.8%)보다 높아 주가상승이 NFA 감소로 이어졌지만, 최근에는 거주자 해외주식투자가 급증하며 자산 측면의 상승효과가 커졌다.

한국의 NFA는 주요 수출국들과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대만·독일 등 순대외채권국은 수출 확대와 투자수익 증가로 NFA가 우상향하는 반면, 미국·영국 등 순대외채무국은 경상적자와 외국인 투자 유입 확대로 NFA가 하락세다.

일본은 2010년 이후 내수시장 축소에 따른 해외직접투자 확대가, 대만은 반도체 경기 호조에 따른 증권투자가 NFA 증가를 주도했다. 반면 미국은 금리상승과 달러화 강세로 순투자소득이 마이너스로 전환되며 순채무국 지위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국가 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의 NFA가 일정 수준에서 안정화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NFA 증가가 자산가격 상승을 유도하며 부채증가 속도를 높여 NFA를 조정하는 효과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미국 증시 강세 등으로 안정화 효과가 약화됐다.

한국의 NFA 안정점은 2007년 GDP 대비 -22%에서 2023년 26%로 상승했고 실제 NFA 수준(47%)은 이를 크게 상회했다. 펀더멘털 요인별로는 1인당 GDP 성장률과 노인부양비율이 높을수록 NFA가 커지고, 정부지출 비중이 높을수록 NFA가 감소하는 관계가 확인됐다.

보고서는 글로벌 불균형이 여전히 완화되지 않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미국의 과잉소비와 과소저축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흑자국들의 대미투자가 확대되면서, 경상수지 조정이나 자산가격 평가를 통한 안정화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NFA 구성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과거 준비자산·은행부문 중심이던 해외자산 구조가 최근 들어 민간부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경상흑자로 유입된 외환이 다시 민간의 해외투자로 빠져나가는 흐름이 강화됐다고 밝혔다.

이희은 한은 국제국 해외투자분석팀 과장은 “은행 및 공공부문의 외화자산은 외환수급 변동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민간 중심 구조로의 이동은 변동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해외투자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이 불가피하더라도 국내 시장의 투자매력을 높여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이 지난해 2월 주식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Value-up) 프로그램’을 시행한 이후 35년 만에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외국인 자금이 유입된 사례가 그 예다.

이 과장은 “NFA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NFA 증가는 대외 건전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자본의 해외유출로 국내 투자기반이 약화되고 환율 약세 압력과 통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국내 주식시장 투자여건 개선과 국민연금의 국내투자 활성화를 통해 과도한 해외투자 쏠림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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