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이나 저작권 등 다양한 자산의 소유권을 쪼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에 한국거래소도 도전장을 냈다. 이미 장내 거래 플랫폼을 운영 중인 상황에서 장외거래소까지 발을 넓히는 것을 두고 업계 시각이 엇갈린다.
시장이 시작 단계인 만큼 한국거래소가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공공성, 자본 및 시장 안정성 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시각과 전체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와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장외거래소의 혁신과 유연함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조각투자 장외거래소(유통플랫폼) 예비인가 신청 접수 결과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 루센트블록 등 컨소시엄 3곳이 신청했다.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인가는 앞서 금융당국이 조각투자의 발행과 유통을 분리하는 정책을 내놓으면서 새롭게 생겨난 라이선스다. 투자자의 환금성과 거래 편의성을 확보하면서도 시장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새로 만들어지는 유통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3개 컨소시엄이 나서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두고 금융위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최대 2개까지 거래소를 인가할 계획이다.
한국거래소 컨소시엄의 가장 큰 장점은 공공성으로 꼽힌다. 발행시장조차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융위가 '투자자 보호'를 중요시할 경우 한국거래소가 높은 점수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이미 장내 거래 플랫폼 개발이 실제 계획보다 늦어졌지만,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어 향후 장외거래소 시스템 구축 시간은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장외거래소라고 하지만 투자자간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시장감시 기능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만들어지는 초기 단계에서 인프라 구축과 향후 성장 단계까지 안정적으로 시장을 유지할 수 있는 자본력과 안정성도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장내 거래소를 구축한 한국거래소가 장외시장까지 가져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시장을 독점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과 함께 규제로 인한 시장 성장 및 혁신 제한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중심이 되긴 하지만 발행사와 증권사 등 다양한 민간 기업들이 참여하면서 공공과 민간의 장점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내시장과 장외시장의 거래 방식은 유사할 수 있지만 운영과 방향성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민간 사업자 중심인 루센트블록 컨소시엄은 반대의 고민을 안게 됐다. 조각투자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시작한 만큼 투자자산의 다양성과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장점과 함께 안정성에 대해서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우려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루센트블록은 민간 플랫폼으로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며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주력할 것"이라며 "지난 7년간 조각투자 시장의 실증과 법제화 과정에 참여하며 경험을 쌓아온 것도 강점"이라고 꼽았다.
시장 초기 단계에서 안정적인 자본력도 중요하지만, 이미 거래 플랫폼을 운영해 본 경험과 해당 과정에서 쌓아 온 투자자 보호 체계도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루센트블록 관계자는 "조각투자 초기 투자자들과 커뮤니케이션 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며 "실제 운영 경험을 통해 투자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컨소시엄에 발행을 준비하고 있는 회사도 참여하고 있고, 이외에도 다양한 발행사들이 공정하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인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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