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 포함 1.7억달러 탈취
비트코인 2.5%·이더리움 6%↓
탈취자산 현금화 땐 하방압력↑
투자자들 매도 나서며 낙폭 커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엑스알피, 솔라나 등 주요 가상자산(코인) 가격이 하루 만에 급락했다. 예상치를 밑돈 미국의 경제지표와 함께 탈중앙화거래소 프로토콜 ‘밸런서’ 해킹이 급락 원인으로 꼽힌다. 가뜩이나 허약해진 체력에 지표와 해킹이 이중 펀치를 날린 것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밸런서는 전날 오후 V2풀의 취약점을 이용한 해커의 공격으로 글로벌 가상화폐인 이더리움 등 1억1600만달러 상당의 코인을 탈취당했다.
임종인 고려대 명예교수는 “이번 사건은 탈중앙화 금융 구조의 제로데이 취약점을 노린 고도화된 해킹”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앙화된 거래소와 달리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조건이 맞으면 자동으로 체결되는 구조”라며 “이 과정에서 연결 인터페이스나 지갑, 스마트컨트랙트 코드의 취약점이 노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서비스에서도 알려지지 않은 제로데이 취약점이 발견되는 것처럼 탈중앙화 시스템 역시 완벽한 방어가 불가능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국가별로 보안 수준 차이가 크고, 거래소마다 수수료나 편의성에 따라 이용자가 몰리기 때문에 해킹 위험은 상존한다”며 “결국 보안 강화와 사용자 주의 외에는 완전한 예방책은 없다”고 강조했다.
해킹 사건이 발생하기 전부터 약세를 보이던 주요 가상자산 가격은 이후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2.5% 하락해 10만4500달러선까지 내려왔고, 탈취된 자산이 연동된 이더리움은 6% 가까이 떨어졌다. 이밖에 엑스알피는 6.5%, 바이낸스코인과 솔라나는 각각 8%, 10% 하락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매크로 환경 변화가 가장 큰 급락 요인으로 꼽히지만, 해킹으로 인한 시장 전반에 대한 신뢰도 저하 문제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가상자산 관련 해킹은 다른 업종에 비해 시장이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 가격은 거래소 해킹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요동치고 있다. 올해 초 중앙화 거래소인 바이비트가 해킹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자산을 탈취당한 뒤에도 비트코인 등 주요 자산의 가격이 일제히 하락한 바 있다. 특히 대규모 해킹 사건의 경우 해커들이 탈취한 자산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에 물량이 쏟아져 나오며 하방압력이 강해질 수 있고, 이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며 낙폭이 커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가상자산이 일반 기업이나 금융회사 등에 비해 쉽게 해킹 대상이 되고,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인식이 더해지면서 보안 사고에 따른 투자자의 자금 이탈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코인평가 업체 애피랩 이재근 대표는 “은행과 같은 금융회사는 해킹에 성공해도 실물 자산을 빼내기 어렵지만 코인은 실물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다”며 “추적이 힘들고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다는 코인의 장점이 오히려 단점으로 작용해 해커들의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다만 “어떤 산업이든 초기에는 창과 방패가 치열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다”며 “인터넷 초창기 개인정보 유출 우려에 인터넷 자체를 막았다면, 지금 세상은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장점은 충분히 활용하면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보안도 발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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