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00만, 데이터 및 기술 미비에도 투자 몰려
美 GPU 수출 허용… 국민 AI 이용률 60%에 달해
풍부한 오일머니로 데이터센터 짓는 데 문제 없어
非 석유 분야 산업 육성하려 국가적으로 AI 올인
美 공화당 일각, 고성능 GPU 中으로 유출 우려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아랍에미리트(UAE)에 152억달러(약 21조8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한다. 중동의 인공지능(AI) 거점 확보를 노린 전략적 행보로 읽힌다.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3일(현지시간) “이번 투자는 UAE에서 조달하는 자금이 아니라, UAE에 지출되는 자금”이라며 “향후 2029년까지 AI와과 클라우드 인프라 확장을 위해 79억달러를 추가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MS는 이미 2023년부터 UAE 국부펀드가 지원하는 국영 AI 기업 G42에 15억달러 규모의 지분 투자를 진행했고, 클라우드·AI 인프라에 46억달러를 투입한 바 있다. 운영비용과 매출원가 등으로 12억달러가 더해지며 총 73억달러가 이미 집행된 상태다. 여기에 더해 앞으로 79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하면 총 152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로 커진다.
시장은 MS의 투자가 미국 내 정치적 외교적 맥락과도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MS는 지난 9월 미국 상무부로부터 UAE에 고성능 GPU를 수출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A100’ 6만400개분에 해당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최신 GB300 칩의 수출이 가능해졌다.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UAE에 2만여개의 GPU를 공급했던 전례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뒤 첫 대규모 AI 칩 수출 사례로 꼽힌다. 미국 정부가 대(對)중국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UAE가 새로운 AI 기술 실험장으로 떠오른 셈이다.
UAE는 인구 약 1000만명으로 AI에 필요한 데이터와 기술 및 산업 기반은 약한 편이다. 하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국민 AI 이용률’을 자랑한다는 점에서 빅테크의 관심을 받고 있다. MS 산하 연구그룹이 최근 발표한 ‘AI 이용률’ 보고서에 따르면 UAE 노동인구의 59.4%가 업무에 AI 도구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싱가포르(58.6%)보다도 높은 수치로 전 세계 1위다.
AI 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곧 AI 서비스의 실증과 확산이 용이하다는 의미다. MS가 ‘코파일럿’ 등 AI 생산성 도구를 빠르게 보급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 UAE를 택했다고 볼 수 있다.
UAE 정부 또한 적극적으로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는 것도 MS가 투자한 배경이 됐다.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 방문 때 UAE는 2000억달러를 들여 아부다비에 5GW(기가와트) 규모의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짓기로 했다.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 엔비디아, 시스코 등이 UAE 국영기업 G42와 손잡고 데이터센터 구축 파트너십을 맺었다. 최근에는 MS와 두바이 통신사 두(du)가 20억디르함(약 5억4000만달러) 규모의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계약을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AI 도시화’가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UAE는 석유 의존 경제에서 벗어나기 위해 ‘AI 허브 국가’를 국가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UAE는 2024년 GDP 성장률이 4%에 달했다. 비 석유부문 성장률은 6.2%(2024년 4분기 기준)에 달했다. 풍부한 오일머니와 국부펀드를 기반으로 AI 인프라 유치에 적극 나서는 한편, 지리적으로 중동·남아시아·동아프리카를 잇는 거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점도 MS가 거액을 투자하는 이유다.
그러나 논란도 있다. 미국 공화당 일부 인사들은 MS의 UAE 투자가 안보 리스크를 내포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UAE의 국영기업 G42가 그간 중국 화웨이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 상무부는 GPU 수출 허가를 내줄 때 ‘중국 기업이 해당 칩에 접근하지 못할 것’이라는 조건을 명시했다.
이후 G42는 화웨이 장비를 시스템에서 제거하고,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도 중단했다. 그럼에도 ‘중동을 통한 기술 유출’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번 MS 추가 투자 발표는 AI 기반이 약한 UAE가 오일머니와 국가 차원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어떻게 AI 투자의 허브로 부상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볼 수 있다. 물론 MS의 투자가 성공적 결과로 이어지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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