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융자 등 총 5700억 지원안

업계, “알맹이가 빠졌다”며 반발

업체는 도산 위기… 구조조정부터

경기 평택시 평택항 지난달 12일 모습.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경기 평택시 평택항 지난달 12일 모습.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4일 수천억원 규모의 대출을 골자로 하는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내놓은 것을 두고 철강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철강업계 노조에서조차 “지금 필요한 것은 산소호흡기”는 말이 나올 정도다.

업계 일각에서는 지금은 빚으로 버티는 좀비기업을 늘릴 게 아니라, 전기요금 인하와 구조조정 등으로 소위 먹고 살 수 있는 방안부터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정부 서울 청사에서 경제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회의에서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철근 등 범용재의 설비 축소, 수출 보증상품 신설, 적극적인 수입 철강 반덤핑 관세 조치 등의 내용을 주로 담았다.

또 환경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고부가·저탄소 철강재를 비롯해 수소환원제철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내용도 넣었다.

미국의 관세 직격탄을 맞은 업체들을 위해서는 4000억원 규모의 수출 공급망 강화 보증을,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1500억원 규모의 이차보전 사업 등 총 5700억원 규모의 긴급 대출 지원 방안을 담았다.

또 미국의 관세로 인한 피해 기업을 대상으로 200억원의 긴급 융자 자금을 편성해 지원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지원책에 철강업계에서는 “알맹이가 빠졌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일부 중소기업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방식일 뿐, 전체 철강업계에 활기를 불어넣기엔 역부족이라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간접적으로는 큰 철강사들도 영향을 받겠지만, 큰 철강사들에겐 별다른 도움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큰 철강사들도 현재 시황이 좋지 않아 소위 ‘제 코가 석 자’인 상황”이라며 “구조조정을 기업 자율에 맡겨 작은 철강사들을 인수하라는 식이 된다면, 오히려 부담만 가중되는 방안일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앞서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석유·화학 업계와 비교하면 철강사들의 입장은 더욱 명확해진다. 정부는 앞서 지난 9월 석유화학기업들에 설비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것을 요구했으나 지지부진하자, 설비 통폐합, 합작법인(JV) 설립 등 구체적인 경영·재무계획을 제출한 기업에 한해 만기 연장, 이자 유예 등 금융 지원에 나서겠다고 압박했다.

이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금이 마지막 기회로,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며 업계에 최후통첩을 날리기도 했다.

철강업계에선 노조에서조차 전기료 인하 등 당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성호 포스코 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K-스틸법 처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면서 “전기요금이 80% 올라 포스코조차 고정비가 1조원을 넘겼다. 이대로 가면 대한민국 제조업은 무너진다”면서 “중소 철강업체들은 이미 도산 위기에 몰려 있고 포항 철강공단은 사실상 숨이 끊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자가발전으로 일부 전력을 조달하는 포스코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인데 산업이 무너진 뒤 대책을 세운들 이미 늦다”고 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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