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신용대출 한 달 새 1조원 넘게 증가

전세 대출 2개월 연속 감소 폭 확대

“풍선효과 본격화… 대출 구조 전환 초입”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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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가계대출 판도가 뒤집히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이 한풀 꺾인 사이 한동안 잠잠했던 신용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정부 규제와 금리 부담이 주택 관련 대출 문턱을 높이자, 자금 수요가 상대적으로 손쉬운 신용·기타대출로 이동하는 '풍선효과'가 본격화했다는 평가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달 말 기준 신용대출 잔액은 한 달 사이 103조8079억원에서 104조8598억원으로 1조519억원 증가했다.

신용대출이 증가한 주요인으로는 주담대 문턱이 높아지고 담보대출이 둔화되면서 차주들이 대출 수요를 신용대출로 돌린 영향이 크다. 금리 상승 기조 속에서도 신용대출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실행되고, 프로모션·우대조건을 통해 체감상 부담이 덜하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주식 청약, 이사·전환 등 단기 자금 수요 증가로 신용대출이 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주담대, 전세대출 증가 폭은 크게 감소했다. 지난달 주담대 증가 폭은 1조2683억원(608조9848억원→610조2531억원)에 그쳤다. 급감한 9월(+1조3134억원)에도 미치지 못했고 작년 10월(+1조923억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담대 중 전세대출은 5385억원이나 뒷걸음쳤다. 9월(-344억원)에 이은 2개월 연속 감소세로, 감소 폭도 1년 반 전인 2024년 4월(-6257억원) 이래 가장 컸다.

주택관련 대출이 급감한 것은 서울 전역과 수도권 주요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15억원이 넘는 집의 주담대 한도를 2억∼4억원으로 더 줄인 10·15 대책의 영향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 급감과 관련해 "6·27, 10·15 등 부동산 대책으로 갭투자가 어려워지자 전세 공급 자체가 줄고 월세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담대 증가폭이 떨어지고 신용대출 증가가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축으로 떠오르면서, 담보 없이 개인 신용에 기반한 대출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율을 관리하는 가운데, 차주의 상환능력과 대출 구조의 건전성을 더욱 면밀히 살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 역시 보유 자산과 대출 포트폴리오에서 신용대출 비중이 높아질 경우 자본·건전성 측면에서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

금융시장에선 금리·담보대출 규제 변화가 향후 주담대 흐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신용대출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경우 가계부채 구조 변화와 상환 부담이 증가할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에 어떤 추가 규제를 내놓을지도 관건이다. 부동산 시장이 회복할 경우 주담대의 증가세가 반등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대출이 단기간에 크게 늘어난 건 주택 관련 규제의 직접적인 영향도 있지만 소비·투자·생활자금 수요가 당분간 신용대출로 몰릴 수 있다는 신호값"이라며 "다만 금리가 높은 만큼 향후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연체 리스크도 빠르게 드러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가계대출이 양적 관리에만 머물 게 아니라 질적 건전성을 더욱 세밀하게 들여다봐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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