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추석 연휴 효과 서비스 물가 상승
농산물 가격 상승… 사과 21.6%·찹쌀 45.5%↑
긴 추석 연휴에 먹거리 가격까지 들썩이며 지난달 물가가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를 기록했는데 작년 7월(2.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잦은 비로 인해 농산물 가격이 뛰고, 추석 장기 연휴로 숙박·여행 등 개인서비스 요금이 오르면서 물가 상승폭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향후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이 남아 체감물가 잡기에 주력하기로 했다.
국가데이터처가 4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7.42(2020=100)로 1년 전보다 2.4%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7월 2%대를 유지하다가 8월 1.7%로 1%대로 내려갔지만, 9월 2.1%에 이어 10월 다시 상승 폭이 확대됐다.
소비자물가 상승에는 개인서비스 가격 급등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외식을 제외한 개인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3.6% 올라 전체 물가를 0.72%포인트 끌어올렸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10월에 장기 추석 연휴 등으로 인해서 여행 관련 품목의 상승이 컸다”며 “개인서비스에서 해외 단체여행비, 승용차 임차료, 콘도 이용료 등 여행 관련 품목이 크게 상승한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석유류는 전년 기저효과와 최근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4.8% 올라, 지난 2월(6.3%) 이후 8개월 만의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공식품은 3.5% 올랐지만 9월(4.2%)보다 오름폭이 다소 둔화했다. 이 심의관은 “가공식품 같은 경우는 명절 관련된 자체 인하 등으로 인해서 상승 폭이 지난달에 비해서는 축소됐다”고 말했다.
농축수산물 가격도 3.1%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에 0.25%포인트 기여했다. 품목별로는 축산물 5.3%, 수산물 5.9% 상승했다. 특히 돼지고기와 고등어는 각각 6.1%, 11.0% 올랐다.
농산물 가격은 한 달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1.1% 오른 가운데 쌀(21.3%)과 찹쌀(45.5%) 등 곡물류는 잦은 비로 출하가 지연되며 상승 폭이 커졌다. 과실류(10.9%)는 사과(21.6%)의 상승 폭이 컸으며, 잦은 비로 출하가 늦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품목별로는 온도차도 나타났다.
채소류는 지난해 높은 가격의 기저효과 등으로 14.1% 하락했다. 8월의 폭염과 가뭄, 9월 잦은 강우로 무름병 등 병해가 발생해 출하량이 일시적으로 줄었다. 정부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가용물량인 배추·무 3만5500톤을 추석 전후 시장에 공급했다. 가을 작형 재배면적도 배추 2.5%, 무 7.4% 늘어났다.
쌀값은 최근 오름세가 다소 진정되는 흐름이다. 지난달 쌀값을 2주 간격으로 보면 2일 20㎏당 6만8435원에서 16일 6만6075원, 31일에는 6만5118원으로 소폭 낮아졌다. 가을장마로 늦어졌던 수확이 본격화하면서 당분간 안정세가 이어질 전망이다.정부는 향후 기상여건 등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체감물가 안정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작년도 기저효과와 함께 잦은 강우, 장기 연휴로 일부 농산물 가격과 숙박·여행 등 서비스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는 ‘민생경제의 핵심’인 생활물가 안정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갑작스러운 추위 등 기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관리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는 여행·숙박 등 일부 서비스 가격이 높아지고 석유류, 농축수산물 가격도 오르면서 상승률이 2.4%로 전월(2.1%)보다 확대됐다”며 “연말·연초 소비자물가는 두바이유 하락과 여행 서비스가격 둔화 등을 감안할 때 2% 내외로 다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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