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반도체 생산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들이 낮은 보상과 열악한 연구 환경 탓에 해외로 빠르게 유출되면서 국가 기술 경쟁력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에서 엔지니어들이 반도체 생산 설비를 점검하고 있다.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들이 낮은 보상과 열악한 연구 환경 탓에 해외로 빠르게 유출되면서 국가 기술 경쟁력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한국의 이공계 인재가 빠르게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는 2010년 9000명에서 2021년 1만8000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국내 근무 인력의 42.9%가 향후 3년 안에 해외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연봉 등 금전적 요인뿐 아니라 연구 환경, 고용 안정성, 승진 기회 같은 비금전적 요인도 ‘두뇌 유출’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이공계는 미래 성장산업의 근간이다. 그런데 최상위권 인재들이 이공계보다 의대로 몰리고, 어렵게 이공계를 택한 인력마저 더 나은 대우를 찾아 해외로 떠난다면, 한국의 기술 기반은 필연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인재가 빠져나가면 결국 산업경쟁력 전체가 흔들린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중국의 정반대 행보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중국은 고급 기술 인력 1000만명 양성 계획을 통해 과학기술 인재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막대한 정부 지원과 연구 자율성, 파격적인 보상으로 젊은 연구자들과 해외 석학들을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 명문대 출신 이공계 박사의 초봉은 2억원을 훌쩍 웃돌아, 중국 일반 대졸자의 평균 초임보다 무려 16배 이상 높다. 반면 한국은 국내 연구자에게 상대적으로 낮은 연봉, 여전히 낙후된 연구 환경,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강요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두뇌 탈출국’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공계 인재는 한 나라의 ‘두뇌’이자 ‘심장’이다. 지금 한국은 그 두뇌와 심장을 스스로 해외로 내보내고 있다. 중국은 인재를 불러들이며 미래를 설계하고 있는데, 한국은 인재를 잃으며 미래를 저당 잡히고 있다. 인재 이탈은 경고음이 아니라, 이미 울린 비상벨이다. 정부는 이공계 인재의 해외 유출을 더 이상 개인의 선택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젊은 두뇌가 떠나는 나라에 혁신은 자라지 않는다는 말을 각인하면서 국가적 차원의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시장가치에 기반한 유연한 임금 구조로 전환하고, 실적 중심의 경직된 평가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연구자의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역시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인재가 머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K-반도체’도, ‘AI 강국’도 현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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