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 정상회의는 외교적 성과 외에 대한민국의 재도약을 위한 또다른 계기를 마련했다. 아마존, 오픈AI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한국에 인공지능(AI ) 데이터센터 설립을 잇따라 약속한 것이다. 이는 이재명 정부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AI 3대 강국’ 도약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한국이 ‘아시아의 AI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세계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아마존웹서비스(AWS)는 데이터센터 설립을 위해 7조원 추가 투자 계획을 내놨다. AWS는 SK그룹과 협력해 울산에 AI 데이터센터(AWS AI Zone)를, 인천 서구 가좌동에 100㎿(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또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일대에 80㎿ 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형 AI업체인 오픈AI는 SK그룹과 한국 서남권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울산에 데이터센터 추가 설립을 검토 중이다. 국내 삼성SDS 컨소시엄은 정부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전남에 국가AI컴퓨팅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여기에 엔비디아가 한국에 최첨단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장을 공급하기로 하면서 ‘아시아의 AI 허브’로의 도약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린다. 원활하게 가동하려면 엄청난 전력이 필요하다. 지금의 전력공급 능력으로는 제대로 센터를 돌릴 수 없는 것이다. GPU 2만장을 데이터센터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최소 전력 30∼40메가와트(MW), 5만장 설치에는 110MW 이상의 전력이 요구된다. 정보기술(IT) 시장분석기관 한국IDC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는 올해 4461MW에서 2028년 6175MW로 3년 새 1.4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원자력 발전소 2기 이상의 전력 추가 공급이 필요하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앞으로 5년간 새로 지어질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충당하려면 원전 53기를 추가 건설해야 할 정도의 전력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도 내놨다.
그런데도 이재명 정부는 친환경 재생에너지 비중을 확대한다는 원론적 방침만 발표했을뿐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어떻게 충당할지 세부 계획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원전 산업에 대해서도 어정쩡한 입장이다. 원전 기술 발전으로 세계 각국이 원전 가동 연한을 80~100년으로 늘리는 데도 설계수명(40년)이 만료됐다는 이유로 2년 7개월 넘게 멈춰선 고리 2호기의 계속가동 결정을 아직도 미적대고 있다. 고리 3·4 호기도 설계수명이 만료돼 가동이 중단된 상태이고, 현재 가동 중인 한빛 1호기는 올해 12월 설계 수명이 만료된다. 전체 원전 26기 중 15%인 4기가 가동 중단되는 것이다. 게다가 이미 건설이 확정된 신규 원전의 부지 선정 절차도 이재명 정부 들어 올스톱됐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력을 데이터센터까지 보낼 송배전망 구축 또한 시급하다. 송배전망 설비 부족으로 지금도 동해안의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원활하게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345kV 이상의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은 평균 13년이 소요되는 등 인허가 절차가 복잡하고 주민 반발 등으로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신규 원전 건설에 115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중국은 2035년까지 매년 10기 안팎씩 총 150기의 원전을 새로 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원전은 친환경으로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으며, 막대한 수출 산업이기도 하다. ‘AI 3강’ 도약을 위해서라도 정부는 해묵은 이념에 근거한 탈원전에서 벗어나 하루라도 빨리 기존 원전의 계속가동을 결정하고, 신규 원전 건설에도 착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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