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된 제품들이 레트로 마케팅 붐을 타고 다시 부활하고 있다.
삼양식품은 3일 우지(소기름) 레시피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라면 '삼양1963'을 출시했다. 지난 1989년 '우지 파동'으로 생산을 중단한 지 정확히 36년 만이다.
처음 출시됐을 때의 맛을 그대로 복원한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레트로 취향을 저격할 수 있는 복고 콘셉트 제품인 것으로 주목을 받는다. 특히 삼양식품은 당시의 포장 디자인과 로고 형태를 일부 유지해 중장년층에는 향수를, MZ세대에는 낭만을 환기한다는 평가다.
농심도 1990년 단종된 '농심라면'을 올해 초 재출시했다. 1975년 출시돼 신라면이 등장하기 전까지 농심 성장을 이끌었던 간판 제품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옛날 라면에 대한 향수가 있는 점을 고려해 출시된 제품인데, 출시 3개월 만에 1000만봉이 팔릴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농심은 지난달 농심라면의 컵라면 버전도 내놓으며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옛날 라면 맛을 다시 느껴보려는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며 "신제품을 적게 내놓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소비자 취향이 확실히 레트로로 이동한 만큼 시장 변화에 맞춰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과업계에서도 재출시 바람이 거세다. 롯데웰푸드는 지난달 1990년대 중반 인기를 끌었던 '치토스 체스터쿵'을 다시 선보였다.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이 제품을 다시 출시해 달라는 요구는 지난 2년간 200건 이상 접수됐다.
오리온은 지난해 6월 단종한 캔디 '비틀즈'를 올해 2월 다시 선보였다. 이 제품은 '올뉴(All New) 비틀즈'라는 이름으로 리뉴얼된 제품인데, 판매 중단 직후 소비자들의 재출시 요구가 거세지면서 생산이 재개됐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롯데리아도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를 11년 만에 다시 내놨다. 오징어버거는 저렴한 가격에 가성비가 뛰어난 메뉴로 평가받던 스테디셀러였으나, 트렌드 변화로 인기가 한풀 꺾였던 제품이다. 그러나 최근 레트로 열풍을 타고 다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제품은 출시 한 달 만에 120만개가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처럼 식품·외식 기업들이 단종된 제품을 재출시하는 이유는 내수 경기 위축으로 신제품 개발과 마케팅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신제품을 개발할 경우 적잖은 연구개발(R&D) 비용과 광고비가 필요하지만, 기존 인기 제품을 복각하면 실패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형성된 레트로 열풍도 이런 흐름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지난 9월 만 13~59세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5 레트로 문화 관련 인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4.1%가 "과거 아날로그 삶의 방식이 그립다"고 답했고, 73.7%는 "불편했던 과거가 최근 들어 낭만으로 느껴진다"고 응답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과거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와 메뉴를 되돌아보자는 움직임이 업계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