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세척·포장 전과정 자동화
하루내 생산… 경쟁사 절반수준
운송시간·온도편차 최소화 강점
“하림은 사료부터 닭고기 도축·손질, 삼계탕·치킨 등 식품으로 완성하기까지 모든 공정을 아우르는 기업입니다. 국내 유일 구조로, 이 모든 과정을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드뭅니다.”
정호석 ㈜하림 대표이사는 자사 익산공장을 이렇게 소개했다. 닭고기 제조 회사로 알려진 하림이 이제는 식품과 유통 전체를 책임지는 종합 식품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이렇게 요약했다.
지난달 30일 찾은 하림 익산 클러스터는 하림의 ‘풀 밸류체인’ 전략이 구현된 현장이었다. 이곳은 곡물과 사료, 원육 가공, 삼계탕·치킨 등 완제품까지 한 곳에서 만들어지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닭이 사료를 먹는 순간부터 식탁에 오르는 모든 과정이 하나의 지역 안에서 순환되는 셈이다.
익산 육가공공장 출입문을 통과하자, 닭들이 한 마리씩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이동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하림이 ‘치킨로드’라 부르는 자동화 도축·가공 라인이다.
이곳에서는 도계, 세척, 탈모(털 제거), 내장 제거, 절단·정육, 포장까지 대부분의 공정이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이뤄진다. 사람의 손이 직접 닿지 않아 오염 위험이 적고, 생산 효율성은 높다.
처리된 닭고기는 부위별 선별과 절단을 거쳐 곧바로 다음 공정으로 이동한다. 닭발을 이용한 육수 우림, 닭 속에 인삼과 찹쌀을 채워 넣는 공정, 찜기 익힘·포장·살균·급속냉동이 일사불란하게 이어진다.
이런 공정을 통해 삼계탕 등 완제품의 전체 생산시간은 24시간 내로 마무리된다. 경쟁사들이 최소 48시간 이상 걸려 동일한 제품을 생산 중인 것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육가공 공장과 신선식품 공장이 근거리에 있어 운송 시간과 온도 편차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이곳에서 만들어진 닭고기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 납품되는 삼계탕·닭목살·닭가슴살 제품으로 납품되고, 일부는 치킨 프랜차이즈로 향한다. 소비자 식탁에 오르는 닭 요리의 여정이 익산 공장에서 완성되는 셈이다.
닭고기 원재료부터 육수와 완제품에 이르는 구조를 갖춘 식품기업은 국내 유일이며, 해외 사례를 찾아봐도 미국 타이슨푸드 외에는 없다고 한다.
하림 관계자는 “냉동 제품이라고 하면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지만, 이는 일반 냉동에 한정된 이야기”라며 “급속냉동은 수분 손실을 줄이고 미생물 번식을 막는 방식이라, 오히려 품질을 유지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하림 닭공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옆 공장인 하림식품 ‘키친로드’ 공장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하림의 프리미엄 식품 브랜드 ‘더미식’ 라면과 즉석밥이 생산된다.
닭공장에서 만들어진 닭 육수가 이곳으로 공급돼 라면의 기본 베이스로 쓰인다. 일반 라면 공정과 달리 인공조미료(MSG)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육수의 풍미로 맛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공장 한켠에서는 즉석밥 생산라인이 돌아간다. 즉석밥은 타사 제품과 달리 두 차례의 클린룸 공정을 거친다. 공기 중 미세입자와 오염 물질을 완벽히 차단하기 위해서다. 즉석밥 공정 마지막 단계에선 137도의 고온 스팀으로 밥을 살균·포장한다.
물에 끓이는 일반 방식보다 밥알이 고르게 익고 식감이 살아난다는 설명이다. 하림 즉석밥의 유통기한은 10개월로, 타사 제품보다 한 달가량 길다.
하림은 원재료 품질과 신선도를 앞세워 내수 시장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식품사들이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파고드는 상황에서, 품질로 승부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판단에서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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