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부동산 대책은 미봉책 불과… ‘엑시트 플랜’ 서둘러 내놔야
서울 재개발·재건축 10년 걸리고 순 공급도 9만호 그쳐 효과 없어
공급예정 오피스 143만평 중 일부 주거용 전환, ‘크레바스’ 풀어야
강남 꼬마빌딩 주거용 전환, 폐교 활용도 공급 늘릴 수 있는 방안
집값은 성장률과 비례… 韓 성장성이 미래 아파트 가격 좌우할 것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진보 정권이든 보수 정권이든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부동산 ‘첩첩 규제’가 서울 강남 일극화를 초래했습니다. 세 차례 내놓은 이재명 정부의 대책은 미봉책으로, 부작용 확산을 막을 ‘엑시트 플랜’(exit plan)을 서둘러 내놔야 합니다.”
30일 서울 광진구 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이현석(63)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누적적이고 중첩적인 부동산 규제로 인해 국민들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무엇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급대책을 시급히 내놓는 게 시장 안정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공급 대책으로 서울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가 거론되는데 이는 10년 이상 걸리고 순공급 물량도 9만호에 그친다며 5년내 공급 예정인 143만평의 오피스 물량 중 10%만 주거용으로 전환시켜줘도 ‘공급 크레바스(틈)’를 메울 수 있다고 밝혔다. 또 공실률이 높은 강남 꼬마빌딩의 주거용 전환을 허용하고, 폐교 부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LH 등 공공기관 중심으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려는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며 민간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를 유도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신 LH, SH와 같은 지자체 도시개발공사들은 청년과 저소득층 주거 문제를 담당하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향후 서울 아파트 가격 전망과 관련해선 “집값은 경제성장률과 정비례한다”며 대한민국의 성장성이 미래 아파트 가격을 좌우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는 건설 시장이 분양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건설업 구조를 분양외에 임대와 자산관리를 더한 종합부동산회사 중심으로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 출신으로 대원고를 나와 서울대 도시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코넬대에서 석사(지역경제)와 박사(도시·지역계획)를 땄다. 미국 PKF컨설팅 건설턴트, 대우건설과 코람코를 거쳐 2003년부터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건국대 미래지식교육원 원장, 부동산대학원 원장,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토부 리츠자문위원회 위원장, 부동산 금융투자포럼 부회장 직을 맡고 있다.
대담 = 강현철 논설실장
- 이재명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이 심상치 않습니다. 경기가 좋지 않고 인구도 정체인데 가격이 이렇게 오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 역시 양극화가 강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선진국은 테크 산업이 발전하면서 생산성이 지수함수적으로 상승했습니다. 그 혜택이 개인과 기업의 0.01%에 집중되면서 집값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반면 후진국은 부정부패가 주 원인이라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선진국형 양극화에 해당됩니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들이 경제를 이끌어가고 이에 더해 코인 등으로 일부 소수가 상당한 부를 축적한 것이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 나아가 서울 강남과 강북의 양극화 기저에는 이런 요인이 있습니다. 게다가 내부적으로는 제도나 정책이 양극화를 더 가속화시키고 있죠. 전국 단위에서 수도권 중심의 ‘일극화’로 치닫고 있는 상황입니다. 강남에 인프라가 집중되고 생산성있는 시설, 투자도 집중되니 선호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흔히 똘똘한 한 채라고 얘기하는데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들도 상당합니다. 세금과 대출도 그렇고 거래에 대한 규제도 그렇고. 예전엔 지방의 거점 도시들도 상당히 힘을 발휘할 때가 있었는데 이런 규제들로 인해 서울 그것도 강남 중심 시장이 돼 버렸습니다. 지금 문제의 초점은 강남의 아파트들입니다. 사실 다른 지역은 떨어졌어요. 전국 데이터로 보면 이렇게 엄청난 규제를 해야 되나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시장의 현황보다 오버해 규제가 가해진 것도 분명히 있어 보입니다.”
- 야당은 ‘문재인 정부 시즌2’라고 비판합니다. 진보 정권이 들어서면 부동산 가격이 오른다는 과거 경험도 영향을 주는 것 아닐까요?
“진보 정권에선 규제가 강화되고 보수 정권이 되면 규제를 푸는 경향이 있긴 합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부동산에 대한 규제는 누적적, 중첩적으로 강화되어 왔습니다. 진보든 보수든 대세는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쪽이라는 얘기입니다. 이에 더해 수요만 규제하면 좋은데 공급 규제도 항상 같이 포함됐습니다. 분양가 상한제,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등이 대표적이죠. 거래에 대한 규제도 공급 사이드의 규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규제 만능주의에 빠져 있다 보니 (경제주체들이) 움직일 틈을 안 주는 거죠. 거기다가 우리 (아파트) 시장은 공공과 민간의 비중이 2 대 8 정도인데, 최근의 정책들은 공공의 역할을 더 확대하는 쪽으로 가고 있습니다. 시장에 공급 확대 사인을 주려면 ‘햇볕 정책’처럼 민간이 움직이게 해야 되는데 (공공인) LH가 더 나서게 하고, 민간 쪽은 규제나 세금이나 이런 걸 강화시키고 있는거죠. 몇년전 일이지만 임대주택 사업자에 대한 규제 강화처럼 보수 정권이든 진보 정권이든 부동산으로 돈 번다는 얘기가 나오면 즉각적인 규제에 들어가는데, 한 번 규제가 시행되면 풀기가 어렵습니다. 퇴로를 열어주거나 ‘엑시트 플랜’이 있어야 되는데 규제가 켜켜이 쌓여 지금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져 있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합니다.”
- 금리, 통화량 등 거시 경제 변수들도 서울 아파트의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봐야겠죠?
“당연합니다. 코로나 위기 때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위기 극복을 위해 통화량 공급을 확대했던 것이 부동산 가격을 상당히 상승시켰습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죠.”
-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27일, 9월 7일에 이어 최근의 ‘10.15 대책’ 등 출범 이후 4개월새 세 차례의 대책을 내놨습니다. 윤석열 및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비교할 때, 이들 정책의 특징과 한계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 구입 목적의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한 6?27 대책은 사실 강력했죠. 부동산은 기업이든 개인이든 파이낸싱이 핵심입니다. 부채나 대출이 상당 부분 차지합니다. 기업들이 부동산 개발이나 아파트 사업을 하려면 상당 부분 대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죠. 개인도 대출을 받아 그걸 갚아나가는 형태로 집을 구입합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30년 모기지로 집을 구입하고 30년간 갚아나가는 형태입니다. 사회적 안정의 기본이 주택을 보유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어디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6?27 대책’이 그걸 틀어막은 거죠. 엄청나게 강력한 겁니다. 그다음에 9월 7일, 10월 15일에 대책이 또 나왔습니다. 불과 3개월 새 약효가 떨어진 거죠. 대출을 틀어막은 게 일시적인 대책일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토지거래허가 규제는 꽤 오래됐죠. 택지나 대규모 부동산 개발시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 거래를 막는 것에서 시작됐는데 이를 이제 주택 거래를 막는 것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런데 역사를 살펴보면 토지거래허가 지역으로 묶어 주택의 거래를 규제했던 곳들은 길게 보면 가격이 더 올랐습니다. 규제를 하면 일시적으로 효과는 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부작용을 양산합니다. 현재의 정책들이 엄청나게 강력하지만 그 효과는 단기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효과가 유지되는 기간내 부작용이나 단점들을 보완할 대책들을 내놔야 합니다. 그 핵심이 공급 대책일텐데, 시민들이나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고 있습니다.”
- 특히 대출 규제, 거래 제한 등을 담은 ‘10·15 대책’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습니다. 부동산 거래에 대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막차 수요’를 부추겨 가격 상승을 초래했으며,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적용 기준 번복 등 시장에 반하거나 일관성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가구당 이동률을 보면 20~30년 전에는 1년에 20%의 가구가 이동했습니다. 최근에는 10% 초반대입니다. 열 가구당 한 가구 혹은 열 사람당 한두 사람은 이전하는 겁니다. 이를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라고 하는 데 젊은 층은 20% 이상 돼요. 그런데 이게 지금 제약을 받고 있는 겁니다. 문제의 핵심은 부동산 급등 지역만 제약받는 게 아니라 서울 전체가 묶이고 또 경기도까지 묶이게 되니 젊은 층 5명 중 1명은 불편해진 거예요. 일반 국민들은 10명 중에 한두 명, 한 두 가구가 불편해진 거죠. 이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은 아닙니다. 조속히 대안들을 내지 않으면 국민들은 엄청난 불편을 초래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밖에 없습니다.”
-‘10·15 대책’ 뒤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매매와 전세 매물이 급감했습니다. 시장 안정을 위해 정부가 보완해야 할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거래는 동결되고 신규 수요도 들어올 수 없고, 기존 수요도 현금 없으면 들어올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전세 역시 대출 제한에 걸리고 거기다 갭 투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들이 생기니 전세 거래까지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전세와 비교해보면 월세가 합리적인 점이 상당히 많습니다. 전세는 일종의 사금융 형태입니다. 공금융이 역할하지 못할 때 시장에서 사금융 형태로 집을 활용하는 게 전세의 기능인데, 전세 실수요자들도 전세 대출을 막고 일반 대출도 막아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6?27, 10?15 대책들의 엑시트 플랜, 즉 어떻게 완화할지를 고민해야 될 때입니다. 거기에 더해 근본적인 대책, 즉 공급 대책과 (강남) 일극화를 완화할 ‘액션 플랜’을 서둘러 발표해야 합니다. 서울시로 집중된 수요들, 똘똘한 한 채로 집중된 것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겠다라는 것을 밝혀 시장을 안정화시켜 나갈 대책이나 단계별 계획들을 내놔야 하는데 그게 지금 없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은 예측이 안되는 상황을 언제까지 버텨야 되는지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더더욱 그렇죠. 임대주택 공급이 예전보다는 많아졌지만 청년들은 공공보다는 민간 쪽의 주택들을 훨씬 더 원합니다. 민간 쪽의 공급 활로를 열 수 있는 방법들 특히 소형 주택의 경우 임대는 공공이 책임지더라도 매매는 민간 영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대책들을 제시해야 불안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정부는 지난 ‘9·7 대책’에서 매년 1기 신도시만큼 주택을 새로 지을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장에 별로 신뢰를 주지 못하는 듯 보입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수급 측면에서 볼때 공급이 절대 부족한 상황인가요?
“데이터를 보면 서울시의 공급량은 2015년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인허가 물량이 5만호 이하, 4만호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 요인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는 재건축·재개발의 소요 기간은 20년 정도 걸린다는 겁니다. (박원순 서울 시장 시절) 뉴타운이 해제됐는데, 새로 뉴타운을 지정한다 해도 20년 후에 공급되는 겁니다. 현재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총 공급 가능 물량이 40만호 정도됩니다. 멸실 예정량이 31만호죠. 재개발·재건축을 다 해도 9만호 정도 순수 공급 예정이라는 얘기입니다. 더군다나 실질적으로 공급되는 시기는 2031년 착공에 들어가 2035년에 37만호 정도 완공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요. 재개발·재건축이 중요한 역할을 하겠지만 (아파트 공급의) ‘크레바스’(빈틈?공백)이 있는 겁니다. 이것을 어떻게 할 거냐고 시장에서 묻는 것이죠. 정부는 수도권 외곽 경기도에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하는데 성에 안 차는 겁니다.”
- 말씀하신 대로 관건은 서울에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치권과 국토부, 서울시 등이 엇박자를 내면서 혼돈 양상입니다. 방법이 없겠습니까?
“공공이나 국공유지 이런 데에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될 겁니다. 또 하나 10년의 공급 크레바스를 막는데 상업용 부동산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과잉 공급돼서 문제예요. 최근 부동산 PF 위기는 비주거용 물류나 지식산업센터가 과잉 공급돼 미분양으로 돈이 돌지 못해 발생한 겁니다. 돈이 된다 그러니 민간이 너도 나도 들어온 거예요. 규제가 적은 점이 미분양을 발생시킨 측면도 있습니다. 오피스 같은 경우는 제가 최근 서울연구원과 1년 정도 함께 연구했는데 광화문, 종로 일대의 도심권역(CBD), 테헤란로 주변의 강남권역(GBD), 여의도권역(YBD) 등 통상 얘기하는 오피스 3대 권역의 프라임급 빌딩들 그러니까 엄청나게 규모가 크고 위치가 좋은 빌딩들의 스톡이 320만평 정도 됩니다. 지금 이곳들은 4%대의 자연 공실률 수준으로 시장이 뜨겁습니다. 이처럼 시장이 뜨거우니 향후 5년 내 공급 예정 물량이 143만평에 달합니다. 현재 스톡의 45%가 공급 예정인 거죠. 그 물량은 대부분 도심 재개발에서 나옵니다. 그래서 오피스 시장이 뜨겁지만 가격은 많이 못 오릅니다. 계속 공급이 예정돼 있으니까. 규제가 적은 시장에서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는 거죠. 민간은 자율 자정작용이 있으니 143만평이 향후 5년간 다 공급되진 않겠죠. 재개발·재건축을 얘기하지만 공급 수단 중에서는 이게 제일 좋은 수단입니다. 단지도 이미 형성돼 있고. 예정된 143만평의 10%만 주거 용도로 전환시키면 14만평이 나옵니다. 그러면 공급 크레바스를 메울 수 있습니다. 제가 서울의 재개발·재건축 순수 공급 예정 물량이 9만호라고 했는데 오피스 예정 공급량의 10%만 주거용도로 전환하면 재개발·재건축에서 나오는 것보다 훨씬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겁니다. 이 땅들은 이미 레디(준비) 상태입니다. 결국은 도심복합개발 같은 것을 활성화해야 합니다. 그러면 바로 크레바스를 메꿀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강남의 꼬마 빌딩, 중소형 빌딩들이 요새 거의 그로기 상태입니다. 지식산업센터가 들어오고 스타트업 시장 또한 좋지 않아 중소형 빌딩의 공실이 많습니다. 이를 주거 용도로 전환하는, 즉 ‘컨버전’(conversion)을 활성화하는 게 단기 대책 중 크레바스를 막는 방법입니다. 미국의 뉴욕도 비슷한 정책을 취하고 있습니다. 뉴욕은 오피스 시장이 안 좋아요. 테크 산업 성장으로 재택근무 주 평균 일수가 1.6일에 달해 근로자들이 집에서 안나옵니다. 반면 우리는 0.5일이어서 오피스 시장이 좋습니다. 뉴욕은 오피스 빌딩을 주거로 전환하는 걸 적극 지원하고 있어요. 이밖에 용산 국제업무단지를 활용하면 어떨까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10년, 20년을 계획했던 거라 바꾸기는 상당히 어려울 겁니다. 그런데 용산 국제업무단지에 오피스 빌딩까지 공급되면 오피스 시장이 힘들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범위 내에서 오피스의 상당 부분을 주거 용도로 복합화하면 공급 문제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몇 만호 정도만이라도 오피스를 주거로 바꾼다면 오피스의 물량 부담도 줄일 수 있고 핵심 선호 주거단지가 될 수 있으니 일거양득입니다. 강남 대치동의 ‘세텍’(SETEC?서울무역전시장)도 활용할 수 있겠죠. 우리 동네를 보면 화양 초등학교가 애들이 없어 폐교됐는데, 폐교에에 주거 시설들을 넣거나 청년 시설들을 넣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가능하고 빨리 공급될 수 있는 방법들은 내놓지 않고 외곽에 3기, 4기 신도시를 하겠다고 하니 현실감이 떨어지는 겁니다.”
- 정부내에선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세금을 중과하면 서울 집값이 잡힐까요?
“민감한 문제입니다. 보유세라는 제도가 전 국민한테 영향을 미치는 까닭에 함부로 접근하기 쉽지 않죠. 그럼 양도세를 낮춰주면 되지 않느냐라고 얘기하지만 양도세도 풀어주면 (불로소득을 부추긴다는) 반발이 엄청날 겁니다. 저는 1가구 1주택 혹은 1가구 2주택 3주택 이런 가구당 주택으로 돼 있는 정책 기준을 가격 기준으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보유세와 양도세 거기다가 가구당 세금으로 돼 있는 기준을 같이 묶어 정리해야 되는데 그럼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규제의 종류들이 너무 다양하고 복합적이어서 전문가들도 다 파악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전체 규제를 다 올려놓고 단기에 풀어야 될 거, 중기까지 가야 될 거, 장기로 가야 될 거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서 단계적인 완화, 엑시트 플랜을 세제와 연결해 해야 합니다. 그 방향성과 실천계획을 1단계, 2단계, 3단계 플랜으로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은퇴한 서울 강남의 아파트 보유자들 가운데는 집을 팔고 싶어도 양도세 부담으로 인해 팔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이 집을 매물로 내놓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없겠습니까?
“사실 고민스런 문제죠. 세계적으로 보면 우리 양도세나 거래세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집을 옮기는 데도 마찰 비용이 너무 커요. 제가 세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얘기는 못하겠고 양도세 부담을 무조건 낮춰야 된다고도 얘기하기 쉽지 않습니다. 일정 가치 이상으로 혹은 일정 가치 이하로 이사를 간다고 하면 판 집값과 산 집값 간 차액분에 대해 양도세를 과세한다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 “지금이라도 서울 아파트를 사라”는 주장과, “지금 사면 낭패본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습니다. 실수요자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대출이 풀려 있고 규제가 없다면 사는 게 옳은 선택이라고 볼 수 있죠. 청년 이동률, 수도권과 지방의 경제 기여도 데이터를 보면 2015년을 기점으로 전환됐습니다. 20대 청년들 남녀 모두 공히 2015년까지 줄고 있었는데 그 이후로는 서울로 이동 비율이 상승세예요. 거기다가 201년까지 수도권의 GDP(국내총생산)의 기여율이 50%였는데 2022년엔 70%입니다. 수도권의 청년 고용률이 지방에 비해 훨씬 높고 임금도 세요. 우리나라 산업 구조가 수도권 중심으로 재편됐다는 뜻입니다. 최근 지방에 있는 전통 산업들이 망가지고 있는 겁니다. 따라서 당장 보면 서울의 집을 사는 게 옳은 선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10년 후, 20년 후 미래를 보면 인구 구조 등 위험 요인들이 꽤 있습니다. 10년 후 서울의 성장성, 그리도 대한민국의 성장지속 가능성이 중요합니다. 산업 구조조정이 성공적으로 잘 되고 첨단 산업들이 잘 된다면 집값은 유지되겠죠. 바람직한 건 집을 사고 싶어 하는 나라가 돼야 됩니다. 그 지역에 집을 사고 싶다는 건 그 지역이 잘 나가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다 집을 사고 싶어 하게 되는 게 좋은 방향 아닌가 생각합니다. GDP의 성장률과 부동산 가격의 상승률은 거의 정비례합니다.”
-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주택 임대시장이 전세에서 월세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월세가 이제 보편화될까요?
“고급 오피스 시장 그리고 리츠나 펀드가 운영하는 오피스 시장은 20년 새 다 월세로 바뀌었어요. 사실 시장은 월세화가 대세예요. 다만 우리 주택 시장은 개인한테 맡겨진 시장이었고 그리고 사적 금융들이 움직이는 시장이었습니다. 과세 대상으로 개인 주택이 잡히기 시작한 것도 얼마 안됐죠. 그런 속에서 전세가 유지되고 있었던 건데 이제는 과세 대상이 투명화된 부분도 있고 전세 대출도 규제되고 있어 월세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은 월세가 집값에 비해 낮은데 앞으로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수준이 될 수 있습니다. 집값과 월세 간 갭이 줄어드는 과정을 겪을 것으로 봅니다.”
- 청년층,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이거야말로 공공이 나서야 합니다. LH나 SH 등 지방의 도시개발공사는 여기에 집중해야 됩니다. 그런데 지방 도시개발공사가 다 민간 시장에 들어오고 있어요. 지방공사들은 용도 전환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 역할을 해야 될 곳에 집중해야 합니다. 그 외 중산층에 대한 주택 공급은 민간에 열고 거기에 일부 청년 주거를 부담시키는 게 올바른 방향입니다.”
- 서울과 달리 지방 건설시장의 침체가 이어지면서 일자리 등 국가경제에도 타격이 적지 않습니다. 건설업을 일으키려면 어떤 것들이 필요합니까?
“건설 업체 숫자가 진짜 많습니다. 편의점 숫자보다도 많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과잉 경쟁 시장이죠. 그리고 금융 쪽에서 보면 불투명한 시장이기도 하고. 사실 구조조정이 됐어야 되는 시장인데 구조조정은 계속 늦어지고 있고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떨어지는 상황입니다. 일본도 예전에 ‘토건 사회’라 부를 정도로 건설업 볼륨이 컸지만 거의 축소돼 왔습니다. 우리도 그런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건설이 차지하는 고용 효과나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들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연착륙이 필요합니다. 그 방향으로 낙후된 지역 위주로 투자하자는 얘기도 나오지만 사실은 거점 도시 중심으로 인프라를 확충하는 게 국가적으로는 유리합니다. 거점 도시 중심으로 인프라 시설을 조성하고 그 거점 도시가 지방의 하나의 핵이 되면서 그 지역을 살리는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하는 게 어떤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부동산 PF 부실이 여전히 문제입니다. PF 방식의 부동산 개발에서 초래되는 부작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나요?
“부동산 개발의 금융 체제가 PF 중심인데 두 번의 큰 PF 위기가 있었습니다. 1차 PF 위기가 2011~2012년 금융위기 이후 일부 저축은행들이 망가질때였습니다. 건설업체가 상당히 도산하고 몇몇 저축은행들도 문을 닫았는데 아파트 미분양 때문에 돈이 돌지 않게 되면서였습니다. 최근의 2차 PF 위기는 비주거 그러니까 지식산업센터와 물류센터에서 생긴 미분양이 주 요인입니다. 그런데 이번도 역시 미분양이 핵심이에요. 지식산업센터가 미분양되고 물류센터는 임대가 안되니 그런 거죠. 일본 건설회사들을 보면 분양과 임대, 자산관리의 3개 축으로 포트폴리오가 이루어져 있는데 우리는 분양 중심입니다. 분양이 무너지면 회사가 무너지는 구조죠. 분양은 경기에 민감해요. 잘못 시기를 만나면 실력에 관계없이 무너지는 겁니다. 우리도 분양과 임대 운용, 자산 관리가 포트폴리오를 이루는 종합 부동산 회사쪽으로 가야 합니다. 일본의 미쓰이나 모리부동산은 분양도 하고 임대 운영도 하고 관리도 하고 하는데 우리는 돈이 다 (분양이라는) ‘프론트’(선단)에 몰려 있습니다. 프로젝트 리츠라고 해서 법은 국회에서 통과됐고 국토부가 시행령을 만들고 있습니다. 리츠를 통해 부동산을 운영할 업체에 택지를 공급하는 겁니다. 임대 운영을 장기적으로 할 회사에 LH가 택지를 공급해 일부는 분양하고 일부는 운영하게 하는 겁니다. 도심복합개발도 리츠가 하게 하고. 조합 방식으로 운영돼 폐해가 적지 않은 재개발 재건축에서도 리츠의 역할을 강화하면 도시재생이 더 활성화될 수 있습니다. 분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구조를 바꿔 분양과 임대 운영이 연결되는 종합 부동산회사 체제로 개편하는 것이 PF 위기를 막는 근원적인 방법이라고 봅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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