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경기도 판교에 사옥을 설립하고 입주를 완료한 A제약사가 사내 어린이집을 완공했음에도 개원을 하지 못해 엄마아빠 직원들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A사는 어린이집 인허가 기준을 놓고 관련 기관들의 해석이 엇갈려 허가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며 관련 기준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8일 A제약사에 따르면 이 회사는 신사옥 착공 전인 2022년 4월부터 관할구청과 사내 어린이집 관련 상담을 진행했다.
영유아보육법 시행령 제20조제1항에서는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의 사업주는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A사는 이 조항에 해당되지 않음에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임직원의 보육 고민을 돕고자 자발적으로 어린이집을 설치를 추진했다.
A사는 구청으로부터 공사 허가를 받은 뒤 약 3억원을 들여 건물 1층에 어린이집을 완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인가를 진행하기 위해 구청에 문의하니 '인가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 화학물질 등을 다루는 이 회사의 연구소, 즉 '위험시설'과 거리가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2025년 보육사업안내(지침)'에 따르면 어린이집은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9조의2 제1항에 따라 위험시설로부터 외곽경계선이 되는 담 또는 벽(담 또는 벽이 없는 경우 부지경계선)을 기준으로 수평거리 50m 이상 떨어진 곳에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어린이집의 범위는 건물 외 놀이터, 주차장 등 전용 부수 공간을 포함하며 위험시설의 범위는 그 충전 및 저장설비 등의 시설물만이 아닌 이들 시설이 설치돼 있는 장소를 포함한다고 적혀있다. 따라서 위험시설과 어린이집 간 이격거리 산정은 각각의 장소적 경계가 되는 양 건물의 부지경계선을 기준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구청은 A사에 "위험물 시설과 어린이집은 50m 이상 떨어져 있지만, 어린이집이 입지한 건물 외벽으로부터 이격거리가 50m가 되지 않아 인가가 어렵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관리하는 국토교통부의 입장은 다르다는 점이다.
A사가 국토부에 문의한 결과 "이격거리 산정 시 건물 외벽이 아닌 해당 시설(어린이집)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A사는 법 조항의 해석이 다소 모호해 기관별로 적용 기준이 달라지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명확한 기준 정립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말했다.
즉 '부지경계선'의 기준이 한 시설로 좁게 볼 것인지, 아니면 시설이 들어가있는 건물의 외벽으로 할 것인지를 정확하게 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회사 신사옥은 대중교통이 불편해 자차로 출퇴근하는 임직원이 많다. 이들 중 어린아이를 둔 사람들은 출근 때 아이를 사내 어린이집에 맡기고, 퇴근 시 동반 귀가하는 것을 원한다. 그러나 어린이집 개원이 늦어지면서 '돌봄 대란'을 겪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구청은 보육사업안내의 개정 없이는 인가가 어렵다는 입장인데, 교육부는 보육사업안내 개정을 고려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이어 "선택적 근무제를 통해 출근 시간 조정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나 사내 어린이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미선 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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