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는 제자리, 대출금리는 상승세
가계대출 규제·조달비용·시장금리 ‘삼중 부담’
연말 금리 부담 확대… 서민 이자고통만 가중
기준금리가 연초 수준에 머물고 있음에도 대출금리는 끊임없이 상승하고 있다. 예금금리가 빠르게 낮아지는 사이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은행의 조달 비용 증가, 시장금리 상승이 맞물리며 '대출금리 역주행'이 심화하고 있다. 연말로 갈수록 대출금리가 한층 더 오를 것이란 전망에 서민들의 한숨만 깊어지고 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고정금리는 최근 한 달 새 0.1~0.2%포인트(p) 상승했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준거금리로 활용되는 금융채 5년물(AAA) 금리는 이달 3%대를 돌파한 뒤 2.9%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변동형 대출의 기준이 되는 자금조달비용지수(COFIX)도 지난 9월 전월 대비 0.03p 오르는 등 반등세로 돌아서며 대출금리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대출금리 상승세는 시장금리가 반등한 영향이 크다. 시장금리는 향후 기준금리 흐름을 선반영해 움직이는 특성이 있다. 당초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에 하락했던 금리가, 인하 시점이 예상보다 늦춰질 것으로 보이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달 3연속 기준금리 유지를 결정함에 따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꺾였다.
시장금리 상승에 맞춰 예·적금 금리도 인상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최근 '하나의 정기예금' 최고금리를 연 2.55%에서 2.60%로 인상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지난 17일 정기예금(1년 만기) 금리를 2.50%에서 2.60%로, 자유적금(1년 만기) 금리를 2.70%에서 2.80%로 각각 0.10%p 올렸다.
은행들은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에 따라 대출 문턱을 높이고자 가산금리도 높게 유지하고 있다. 4대 은행의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주담대 가산금리(가산금리-우대금리)는 평균 1.24%로 1년 전(0.38%)보다 3배 가량 높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에 가계대출 관리로 인해 금리가 오르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조달 비용까지 상승하고 있다"며 "기준금리가 내려갈 조짐이 없어 유동성이 줄면 자금조달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러한 흐름이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대출금리도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연말이면 4분기 만기 자금이 몰리는 수신경쟁, 은행들의 조달 비용 압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약화된 상황에서, 은행들이 연말 자금 수요 증가에 대비해 추가적인 금리 조정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대출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결국 가계의 부담만 더욱 커질 것으로 관측했다. 대출을 여러 건 보유한 차주들은 "월급의 절반 가까이를 이자 상환에 쓰고 있다"는 하소연을 쏟아내고 있다. 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으로 늦춰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서민들의 체감 경기와 소비 여력에도 직접적인 악영향이 우려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 부담이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가계가 많다"며 "대출자들은 고정금리 전환이나 상환 구조 점검 등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주형연 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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