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27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는 가운데, 반도체 사업 반등과 바이오 등 신사업 육성에 속도를 붙이고 있다. 사법 리스크를 온전히 벗은 현 시점이 새 도약을 위한 중요 기로라는 점에서 2018년 '뉴삼성'에 이은 새 경영 메시지가 나올 지 재계의 이목이 쏠린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취임 3주년과 관련한 별다른 행사나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이달 말 경주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을 앞두고 굴로벌 경영 보폭 확장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내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핵심 제품인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의 엔비디아의 공급 건이 전격 타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내달 1일은 삼성전자 창립기념일로,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새 메시지를 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이르면 내달 말부터 사장단, 임원 인사가 순차적으로 이뤄질 전망이어서 이 회장의 경영 방향성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가장 큰 관점은 이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여부로, 사안이 결정되면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 안건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임원은 이 회장뿐으로, 글로벌 불확실성 대응과 책임경영 차원에서도 등기임원 복귀가 필요하다는 게 재계 중론이다.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여부와 함께 이번 인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 부회장의 유임 여부와 함께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노태문 사장이 정식 부문장 선임 여부다. 둘은 이미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그룹 컨트롤타워 신설 여부 역시 이번 인사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삼성은 국정농단 사태로 인해 2017년 미래전략실을 해체시킨 이후 전자·금융·EPC(중공업 등) 등 3개 부문으로 나눠 사업지원 테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라는 한 계열사만 60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고, 여기에 주요 계열사 연 매출액만 450조원이 넘는 초대형 그룹을 이 같은 임시 조직으로 운영하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이 준법 경영 감시를 위해 만든 준법감시위원회 수장인 이찬희 위원장마저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수차례 제기한 바 있다.

사업적으로는 내년 격전이 예고된 6세대 HBM4의 경쟁력 확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뺏겼다는 평이 나오지만, HBM4 부문에서는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평이 나오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방한이 예정돼 있어 구체적인 협업 소식에 대한 기대감이 나온다.

고질적인 숙제였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LSI 부문도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와는 자사 차세대 AI칩 AI6뿐 아니라, 원래 TSMC에만 맡기기로 했던 AI5칩 생산까지 삼성전자와 협력하기로 했다.

애플과는 아이폰에 들어가는 차세대 칩 공급 계약을 맺었으며, 업계에서는 이를 차세대 아이폰에 들어가는 이미지 센서(CIS)로 추정하고 있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설계하고,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에서 이를 양산해 공급하는 체제다.

이 외에도 최근엔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에 참여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AI 동맹도 맺었다. 바이오 부문의 경우 내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 분할이 마무리된다.

이러한 훈풍에 삼성전자는 실적과 주가 모두 호조를 보이고 있다. 올 3분기 영업이익(잠정)은 12조10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31.8% 증가하며 시장 추정치를 2조원가량 웃돌았다.

주가는 지난 24일 9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21일 역대 최고가인 9만9900원을 기록하는 등 10만원선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일 서울 강남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의향서(LOI) 체결식’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왼쪽) 삼성전자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일 서울 강남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글로벌 AI 핵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상호 협력 의향서(LOI) 체결식’ 후 악수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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