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올해 안에 대통령 집무실이 다시 청와대로 돌아올 예정이다. 그런데 관저를 청와대로 옮기면 안 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지난 22일 국회 문체위 국정감사에서 “(청와대) 관저 그 자리는 본래 거기에 있을 자리가 아니다”면서 “굉장히 음습한 자리라서, 이게 풍수의 문제뿐만 아니라 건축가들의 입장에서도 생활 공간의 위치로서는 부적격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무실은 청와대로 돌아가도 관저는 삼청동 안가를 이용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대통령실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과거에도 유 관장은 “청와대 관저는 우물이 있던 자리라 습하다”면서 “사용상의 불편,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하면 관저를 옮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관저는 대통령 내외와 가족들의 일상 공간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청와대를 떠나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풍수지리와 무속 얘기가 따라붙었다. 윤 전 대통령은 “청와대는 왕실처럼 고립됐다”라며 접근성과 소통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풍수지리와 무속에 기대어 이전을 결정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에 또다시 국가 최고 권력의 공간 결정이 ‘길흉’이라는 비이성적 논리 속에서 논의되는 모습이다. 청와대는 단순한 건물이 아니다. 국가의 역사와 민주주의의 상징이다. 그 공간의 의미를 정치적·상징적 차원에서 재평가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풍수의 잣대로 들이대는 건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물론 풍수지리는 전통 건축의 맥락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미학이다. 산과 물, 바람의 흐름 속에 터를 잡고 공간을 설계하는 지혜는 오랜 세월 우리 건축문화의 근간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과학과 이성을 대신해 국가의 중대 결정을 좌우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하늘의 기운이 아니라 지도자의 통찰이고, 땅의 형세가 아니라 국가의 방향이다. 정치가 풍수에 기대는 순간 국정은 논리 대신 미신을 좇게 되고, 국정의 품격은 흔들린다. 과학과 합리가 뒷받침될 때 비로소 국가는 흔들리지 않는다. 풍수의 언어가 아니라, 이성의 언어로 청와대 관저 이전 문제를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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