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지난 8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경 국토교통부 제1차관이 지난 8월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국인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유튜브 발언이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 19일 한 부동산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현 시점에서 집을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소득을 모아 뒀다가 집값이 안정되면 집을 사라”고 말했다. 그러자 “일반 서민들이 무슨 수로 돈을 모아서 집을 사느냐” 등의 날 선 반응이 쏟아졌다. 게다가 갭투자 의혹마저 제기됐다. 공직자 재산공개 전자관보를 보면 이 차관의 배우자는 갭투자로 현재 호가가 40억원 안팎인 경기 분당의 ‘똘똘한 한 채’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 차관 역시 본인 명의 아파트를 ‘갭투자자’에게 팔아 상당한 시세 차익을 남겼다.

서민들에겐 집값 떨어지면 집을 사라고 조언한 공직자가 스스로는 ‘전세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챙겼으니 국민이 느낄 허탈감은 클 수 밖에 없다. 이같은 공직자의 부동산 설화(舌禍)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모든 국민이) 강남에 살 이유는 없다. 저도 거기(강남)에 살고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말해 거센 비판을 받았다. ‘당신들은 강남 올 생각하지 말라’는 의미로 비쳐지면서 위선적 태도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이번 이 차관의 발언도 본질은 같다. 공직자의 이중적 언행은 서민의 상처를 덧나게 하고, 정부 정책의 진정성마저 갉아먹는다.

이 차관의 발언은 단순한 개인의 실언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정부 부동산 정책 전반의 신뢰도와 연결된 문제다. 서민들에게 인내를 설파하려면, 먼저 자신이 시장의 이익에서 한발 물러나야 한다. 공직자가 시장의 참여자로서 이익을 취하는 동시에 정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은 정책보다 사람을 먼저 본다. 공직자가 스스로의 말에 책임지지 못한다면, 국민은 더 이상 정부의 정책을 믿지 않는다. 부동산 시장 혼란은 정책의 실패보다 신뢰의 붕괴에서 비롯된다. 지금 필요한 건 해명이나 변명이 아니라, 공직자의 자세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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