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은 수천대 실증…韓은 471대에 그쳐
웨이모·크루즈 수십조 투자, 국내 스타트업은 수백억 한계
초기 정부 예산으로 실증 노선 확보 필요
“자본이 없어 규제를 만들어도 인증을 받고 나오는 자율주행차가 없다. 정부가 실제 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등 수요 창출 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유민상 오토노머스에이투지 글로벌 정책전략실 최고전략책임자(CSO) 상무는 2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콘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창립 30주년 자동차 정책 세미나에서 자율주행차 해외사례를 통한 시사점을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유 상무는 “한국이 레벨 3 자율주행 법규 제정을 전 세계 최초로, 레벨 4는 세 번째로 만들었다”며 규제적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현재 레벨 4 자율주행을 위한 절차·법규를 개정·마련한 곳은 한국 외에 독일, 일본, 유럽연합(EU) 정도다.
자율주행차를 선도하는 국가인 미국은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규제를 완화했으며, 중국은 지정된 도시 내에서 모든 것을 면제해 자율주행차 기술개발을 북돋고 있다.
유 상무는 한국이 자율주행차 규제에서 빠르게 대응하고 있음에도 실제 전국에서 운행하고 있는 자율주행차가 471대에 그친 것은 투자 부족, 실증 거리 부족에 따른 데이터 부족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구글 웨이모는 미 캘리포니아에서만 1065대를, GM 크루즈는 1119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명확한 통계는 없으나 언론 자료 등을 종합하면 우한에서만 2000대가량이 운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과 중국이 자율주행차를 수천대 이상 운행할 수 있는 이유는 투자와 정부의 지원 등으로 풍부한 예산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웨이모의 누적투자금액은 약 17조원, 크루즈는 18조원 규모다. 중국은 정부에서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투자하는 금액이 239조원에 이를만큼 국가 주도로 조 단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 가장 많은 투자금을 유치한 오토노머스에이투지조차 누적 투자액이 820억원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는 데이터 부족으로 이어져 근본적인 경쟁력을 약화시켰다. 중국의 바이두는 1억1000만㎞에 달하는 자율주행차 실증 거리를 달성했다. 오토노머스에이투지(약 77만㎞)의 140배를 넘어가는 수치다.
유 상무는 “오토노머스에이투지가 한 지역에서 최대로 많이 하는 게 4대밖에 되지 않는다. 미국·중국처럼 한 지역에서 2000대, 3000대씩 운행해 양질의 데이터를 쌓을 수 없다는 한계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 수요 창출 정책이다.
유 상무는 “실제 수요가 있는 공간들을 찾아 자율주행차들이 많이 돌아다녀야 된다. 정부에서 수요 창출 정책을 함께 마련해야 하며, 최근 이러한 공감대가 형성돼 정부와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 상무는 고령화·저출산으로 인해 지방 교통 공백이 심화되고 있어 자율주행 버스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에 초기 정부 재정으로 실증 노선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격 주행 없이 자율주행차 제조사는 무인 자율주행을 할 수가 없다”며 “정부가 2027년을 레벨 4 상용화 원년으로 목표하고 있기에 그때까지 원격 자율주행에 대한 법규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추가적인 규제에 대한 필요성도 덧붙였다.
임주희 기자(ju2@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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