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의 5주기를 맞아 그가 남긴 문화유산과 의료 기부가 다시 한 번 재조명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은 고인의 뜻에 따라 유산 가운데 15조원 상당의 미술품 등을 기부해 한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의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 유산 절반 사회환원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오는 25일 오후 이 선대회장의 5주기에 앞서 이날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추모 음악회를 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유족들과 임직원들이 참석한다.

이 회장 등 유족들은 고인의 유지를 기려 지난 2021년 문화예술품·의료기부를 결정했다. 유족은 당시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상속 재산의 상당 부분을 매각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고인의 유산 중 절반 이상을 사회에 환원했다. 고인의 유산은 금액으로 환산하면 26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족들은 12조5000억원 규모의 상속세에 미술품 기부 2조원, 의료기부 1조원을 추가로 더해 주목을 받았다. 유족은 한국 미술계 발전을 위해 이 선대회장이 평생 모은 문화재와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국가기관 등에 기증했으며, 감염병 극복에 7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지원에 3000억원 등을 기부했다.

이후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문화예술품은 전국 각지에 전시되면서 예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폭증시켜 한국 미술 시장이 성장하고 한국 작가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촉매로 작용했다는 평을 받는다.

또 1조원에 이르는 의료기부로 소아암·희귀질환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진단, 치료와 국내 감염병 대응의 컨트롤타워가 될 중앙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의 주춧돌을 마련했다. 병의 원인조차 알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환아 2만여명이 이건희 소아암·희귀질환 극복 지원 사업의 도움을 받았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2028년 완공될 예정이다.

미술품 2.3만점 기부…350만명 관람객 모아

이 선대회장의 유족들은 2021년 4월 미술 작품 2만30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과 지역 미술관에 기증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최대의 규모 기증으로, 이를 계기로 대한민국 미술계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보 14건, 보물 46건 등 등 지정문화재가 다수 포함된 고미술품 2만1600점은 국립중앙박물관, 국내외 작가들의 근대작품 1600여점은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됐다.

한국근대미술작품 143점은 제주(이중섭미술관), 강원(박수근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구시립미술관 등 전국 각지역 미술관에도 기증해 지역 미술관의 소장품 수준과 지역 문화 인프라 향상에 기여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2021년부터 전국 주요 전시관에서 순회전을 진행해 총 35회에 걸쳐 350만명의 관람객을 끌어 모았다. 이는 국내 역대 미술 전시회 중 최고 기록이다.

국내 고미술품과 세계적 서양화 작품, 국내 유명작가의 근대 미술 작품 등 교과서에서만 볼 수 있던 걸작들을 사회에 환원해 모든 국민이 높은 수준의 문화적 가치를 향유할 수 있게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술 전문 매체인 아트뉴스페이퍼에 따르면 2022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방문한 박물관 톱5에 국립중앙박물관이 포함됐다.(중국 박물관은 집계 제외) 이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2021년 7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전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술 시장 거래를 집계하는 예술경영지원센터에 따르면 2022년 역대 최초로 한국 미술시장의 전체 규모는 1조원을 넘었다.

“문화유산 계승이 진정한 상속”

‘이건희 컬렉션’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무대로 진출해 대한민국 예술의 가치를 널리 알릴 예정이다. 올해 미국 스미스소니언 미술관을 시작으로, 영국 대영박물관, 미국 시카고미술관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관에서 해외 순회 특별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유족들은 ‘국립박물관의 위상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이 선대회장의 말을 이행하는 것이 고인의 뜻을 기리는 진정한 의미의 상속이라는 데 뜻을 함께 하고 있다.

이 선대회장은 평소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에서 문화적인 소양이 자라나야 한다”고 강조하며 국민의 문화적 소양을 높이는 것에 큰 관심을 가졌다. 2004년 리움미술관 개관식에서는 “문화유산을 모으고 보존하는 일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지라도 이는 인류 문화의 미래를 위한 것으로서 우리 모두의 시대적 의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1987년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이 1987년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장우진 기자(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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